시작보다 중요한 마무리
12월 말이면, 지난여름에 지원했던 대학 입시의 수시 결과가 나온다. 단번에 합격하면 좋으련만. 수시의 꽃은 추합(추가합격의 줄임말)이라고 했던가? 많은 학생들이 12월 말과 1월 초, 중순까지 추가 합격 발표를 기다려야 한다. 합격 여부를 기다리는 초조함에 연말연시의 어수선함이 더해져 이즈음이 되면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함께 공부했던 많은 학생들과 연락이 잘되지 않는다. 합격한 아이들은 합격한 기쁨에 취해, 그렇지 못한 아이들은 스스로 낙망의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연락이 끊겨 버린다. 오랜 시간 함께 해온 아이들과 유종의 미를 거두고 싶지만, 늘 합격/불합격 앞에서 유종의 미는 헛된 바람이 되곤 한다. 아이들과 함께 기쁨과 슬픔을 나누며 그동안 지내온 시간을 잘 마무리하고 싶지만 아이들은 눈앞에 닥친 결과에 정신이 팔려 선생님의 존재를 쉽게 잊어버리고 마는 것 같다.
문득, ‘나는 어떠한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이 시기에 주님께 다짐했던 것들과 새로이 시작했던 것들을 어떻게 마무리했는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리고 예수님께 고침 받은 열 명의 나병환자들 중에서 단 한 명만이 주님께 영광을 돌렸던 그 장면이 떠올랐다(눅17:11~19). 그 때의 그 “아홉은 어디 있느냐?”라고 물으시는 예수님의 음성이 혹시 나를 향한 음성은 아닌지 묵상의 시간을 가졌다.
늘 그렇듯이 2017년 한해도 다사다난했던 시간이었다. 늘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이었지만 시시각각 어려운 순간들도 많았고, 낙망과 좌절의 시간도 있었다. 헤어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도 있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른 풀밭 맑은 시냇물가로 인도하시는 주님이 있었기에 나의 2017년 한해도 은혜로운 시간이었다고 고백할 수 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좌절의 시간 속에서 주님의 손을 잡고 다시 일어날 수 있었고 다시 걸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이 시작된다. 새로운 한해도 잘 살기 위해 기도한다. 올해도 주님의 보살핌 속에서 감사하며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 전에 먼저 지난 2017년을 무사히 살 수 있게 해주신 주님께 눈물로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주님의 도우심이 없었다면 살 수 없었을 것이다. 항상 주님께 영광 돌리는 삶을 살고 싶다. 그리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예수님께 감사의 절을 했던 그 나병환자처럼, 항상 내 마지막을 주님께 감사하며 살고 싶다.
전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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