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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역 33주년에 즈음하여

929호 · 2017-12-16

음식의 맛은 간장이나 된장, 고추장처럼 기본양념이 맛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런 기본양념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숙성에 있다. 그래서 대박음식점에 가면 대개 대대로 내려오는 씨간장, 씨된장을 가지고 있다. 몇 십 년씩 오래 묵은 거란다. 이것이 다른 집들과 다른 맛을 내는 비법이다.

사람들이 내게 말하길, 과거에도 좋았지만 머리가 희끗희끗한 지금의 내가 더 좋다고 한다. 왜 그럴까 생각해보니 그동안 내가 맛이 든 것 같다. 젊은 시절이 맵고 짠 맛이었다면 지금은 숙성되어 깊은 맛이 나는 모양이다. 다 주님의 은혜다.

사실 내 개인적으로도 지금의 내가 좋다. 목회하기에 딱 좋은 나이다. 풍부한 경험도 있고, 노하우가 있어서도 그렇지만, 일단 내 자신과 싸울 필요가 없기 때문에 좋다. 젊을 때는 혈기도 있었고, 욕망도 존재했다. 그러나 지금은 내게 물욕도, 명예욕도 없다. 다 내려놓았다. 뿐만 아니라 성도들을 인도하고 훈계하는데 더는 말을 아낄 필요가 없어서 좋다. 이제는 아비의 심정으로 말할 수 있는 충분한 나이가 되었기에 그렇다. 나무는 나이테로 세월을 말한다. 곧 연륜(年輪)이다. 한 자리에서 영광과 환희, 고난과 좌절을 겪으며 숙련되고 숙성된 것을 의미하리라.

어느 덧 33년이란 세월이 흘렀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험난하고 외로운 길이었다. 그러나 매순간 숨이 턱에 닿을 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다.

단지 나의 바람이 있다면 어제보다 오늘 더욱 주님을 사랑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욱 주님께 충성하는 거다. 그리고 나를 따라오느라 괜한 따돌림과 핍박을 받은 우리 성도들 모두가 영혼이 잘 됨같이 범사에 잘 되고 강건한 것이다.

지금까지 지키시고, 앞으로도 인도하실 주 예수 그리스도께 감사와 찬송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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