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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는 독약이다

747호 · 2014-06-20

지난 6월 연휴에 절친한 친구와 함께 제주 여행을 떠났다. 이삼 개월에 한 번씩 제주를 찾는 나와 달리, 친구는 개인적으로는 처음 가보는 제주였다. 그래서 두 사람은 모두 설렐 수밖에 없었다.

제주에 발을 딛는 순간부터 우리는 맛집을 찾아 다녔다. 제주의 전통 회국수와 성게국수를 먹고, 빙떡과 오메기떡, 제주 송편을 가방에 담았다. 그리고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횟집으로 달려갔다. 제주에 갈 때 마다 꼭 들리는 솜씨 좋고 질 좋은 회가 나오는 곳이었다. 그런데 그날따라 사장님께서는 싱싱한 뱅어돔 회를 서비스로 계속 리필을 해주셨다. 곁들이 안주(스키다시)로 나오는 회초밥과 함박 스테이크, 흑돼지 탕수육도 리필해주시고 튀김도 가져가서 야식으로 먹으라며 더 싸주셨다. 우리의 배는 이미 부를 대로 불러있었지만, 활어 회 리필이 자주 있는 일이 아닌지라 우겨넣다시피 계속 먹어댔다. 행복한 저녁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때부터 우리의 여행은 꼬이기 시작했다. 친구와 나는 번갈아가며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덥고 습한 날씨에 과식을 한 것이 화근이었다. 우리는 결국 새벽녘에 응급실을 찾았다. 주사를 맞고 배탈설사약을 한 보따리씩 받은 후 아침 무렵에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우리는 지친 몸인지라 처음 계획했던 여행지를 아무데도 갈 수 없었다. 그저 황금 같은 시간들을 숙소에서 보내며 때맞춰 약을 먹는 것으로 여행을 마무리하였다.

공짜로, 덤으로 더 주신 활어 회와 곁들이 안주에 눈이 멀어 우리는 천금 같은 제주 여행을 날려버리고 만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좋은 추억거리가 될 것이라 웃으며 서로 위로했지만, 생각해보면 정말로 어리석기 짝이 없는 일이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이솝 우화와 탈무드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마구 스쳐 지나갔다. 뼈다귀를 물고 가던 개가 물속에 비친 개의 뼈다귀가 탐이 나서 짖다가 자신의 뼈를 물에 빠트린 이야기. 호리병 속의 열매에 눈이 멀어 손에 쥐고 있다가 사람들에게 사로잡힌 원숭이 이야기, 그리고 ‘공짜라면 양잿물이라도 먹는다.’는 속담이 떠오르면서 성숙하지 못했던 우리의 선택이 너무 창피하고 후회스러웠다.

생각해보면, 공짜라는 말에 눈이 멀어 과한 욕심을 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마트나 편의점의 ‘1+1’, ‘2+1’ 행사가 그렇고, 특정 금액 이상을 구입하면 상품권을 준다는 백화점의 행사들도 그렇다.

“욕심이 잉태한즉 죄를 낳고 죄가 장성한즉 사망을 낳느니라”(약1:15)는 하나님의 말씀을 새삼 되새겨본다. 공짜는 사람의 욕심을 자극한다. 이성적인 결단을 하지 못하게 만들고, 충동적인 선택을 하게끔 한다. 그래서 공짜는 독약이다. 나에게 해가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사실을 항상 기억하고, 공짜 앞에 의연해지는 소박한 크리스천의 삶을 살고 싶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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