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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1호 목차 › 성경 에세이

깊은 맛이 나는 사람

681호 · 2013-03-15

여보게!

아직은 날이 차갑네. 이럴 때 따뜻한 차 한 잔 어떤가? 두 손으로 따듯하게 데워진 찻잔을 감싸고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음의 여유라고 할까, 그리움이라고 할까, 아무튼 평온함이 밀려오지. 그리고 목을 타고 내리는 따스한 차 한 모금은 눈물이 날 만큼 나를 향수에 젖게 하지. 내가 나이가 들긴 든 모양이네. 이런 감상에 젖는 걸 보면.

차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차는 자고로 깊이 우러나야 한다네. 그래야 차의 깊은 맛이 나오거든. 나는 사람도 그렇다고 보네. 만날수록 깊은 맛이 나는 사람, 깊은 향이 나는 사람이 나는 좋네. 첫눈에 반할 나이가 지나서 그런지는 몰라도 두 번째 볼 때가 첫 번째보다 좋고, 열 번째 만날 때가 아홉 번째 만날 때보다 좋은 사람, 그런 사람이 나는 좋네.

살아보니 생김새가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닌 걸 알았네. 생김이 잘 나면 물론 좋지. 첫 인상은 생김새가 거의 좌우하니까. 그러나 생김새가 아무리 잘 나도 천박한 말을 하고, 머릿속은 빈 깡통이고, 예의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면 좋았던 첫인상은 깨진 유리조각처럼 산산조각 나고 말지.

그러나 좀 덜 생겼더라도 풍부한 지식이 있어 다방면에 유식하고, 거기에 교양까지 갖췄다면, 더는 예절까지 깍듯하다면, 그 사람의 생김이 어떻든 너무 멋있어 보이고, 머리가 숙여지지 않던가.

여보게!

사도 베드로는 어찌 해야 깊은 맛이 나는지 알고 있었던 듯하네. 베드로후서 1장에 “너희가 더욱 힘써 너희 믿음에 덕을, 덕에 지식을, 지식에 절제를, 절제에 인내를, 인내에 경건을, 경건에 형제우애를, 형제우애에 사랑을 공급하라.”(벧후1:5~7)이라고 말한 걸 보면 말일세.

지식에 인성을 겸하라는 말씀이지. 속에 든 것이 있어야, 몸에 밴 것이 있어야 깊은 맛이 난다는 거야. 또 사랑과 희락과 화평과 오래 참음과 자비와 양선과 충성과 온유와 절제가 넘친다면 그 맛이 가일층 좋아질 걸세.

나는 우리 성도들에게 품위 있고 품격 있는 그릇에 예절이라는 음식을 담으라고 말한다네. 품위나 품격은 뒷짐 지고 헛기침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지식이 가득할 때 절로 배어나오는 것이지. 일부러 폼을 잡지 않아도,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풍기는 멋이라고 할까. 그것이 예절이라는 그릇에 담기면 얼마나 사람이 멋져 보이겠는가.

요즘 명품 옷이나 명품 가방을 선호하더군. 그러나 명품 옷을 입고, 명품 가방을 든다고 그 사람의 품격이나 품위가 세워지는 것은 아니라네. 비록 점퍼차림일지라도 풍기는 멋이 있는 사람이 있지. 왜냐하면 내면의 것이 외부로 표출되는 법이거든.

우리 어머니가 간장이나 된장은 숙성되어야 맛이 좋다고 하신 말씀이 문득 떠오르네. 사람에게 있어 숙성은 곧 성숙을 말하지. 성숙이라 함은 곧 무르익은 것을 말하는 것일진대, 우리의 인격이 무르익고, 지식이 무르익으면 음미할수록 깊은 맛을 내는 차와 같은 자가 될 수 있지 않겠는가?

나는 어떤 향을 내고 있는지, 다른 사람들이 나의 인품의 향기를 맡고 있는지 생각해보아야 할 거야.

우리 깊은 맛이 나는 사람이 되어 보세. 만날수록 멋지고, 만나면 고개가 절로 숙여지는 그런 사람이 되어 보세. 그것이 진정한 크리스천의 모습이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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