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두려워하지 말라
온몸이 비에 흠뻑 젖은 라구나(Laguna)의 모습은 오늘의 전투가 어떠했는지 충분히 짐작하게 했다.
비가 와서 더 많은 사람들이 오지 않았다며 지오바니(Geovany)도, 훌리오(Julio)도 첫날의 결과에 대해 매우 아쉬워하는 표정이었지만, 그들의 심장은 흥분으로 들떠있는 것이 분명했다. 이 작은 도시에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는 것을 직접 목도했으니 당연히 그럴 만 했다.
그들은 집회를 하루 더 연장하여 해주실 수는 없는지 물었다. 하루만 더 하면 이 운동장을 가득 채울 수 있다고 장담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분에 취해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더구나 곧이어 시카고(Chicago) 실업인 세미나가 기다리고 있었다. 목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당신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고 나도 그러고 싶다. 그러나 이 집회를 위해 기도해온 시간이 있다. 분명 날짜를 두고 기도해왔을 터이다. 그런데 그 기도를 넘어 행동하는 것은 다분히 인간적인 생각일 수 있다. 정히 원한다면 내년에 다시 오겠다. 기도해라.”
날씨는 급변했다. 하늘의 먹구름이 사라지고 태양이 작열하기 시작했다. 한증막 같은 무더위, 그러나 이제 이긴 전쟁이었다. 이튿날, 분위기는 일신하였다. 그들은 마치 첫날의 위기를 끈기와 인내로 극복한 전사들과 같았다.
성령의 대역사 속에 처처에서 더러운 귀신들이 드러나 소리를 지르며 요동하다 예수 이름 앞에 떠나갔고, 소경, 귀머거리, 벙어리가 눈을 뜨고 말을 하는 놀라운 기적이 이어졌다. 단상 앞으로 몰려든 성도들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있었고, 두 손을 든 채, 하염없이 회개의 기도를 올리는 장면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체험한 자만이 누릴 수 있는 감동이리라.
이튿날 아침, 식당에 모인 모두의 얼굴은 매우 밝아보였다. 특히 지오바니와 훌리오는 흥분으로 가득해보였다. 그때 이번 집회를 주관한 로페스(Lopez) 목사가 남편과 함께 찾아왔다. 우리가 도착하던 날에 보이지 않아 궁금했는데, 그녀는 이웃 마을에 예약된 집회가 있어 지오바니와 훌리오에게 모든 일을 맡기고 다녀왔다는 것이다. 목사님 옆에 자리하고 앉자 목사님은 그녀에게 식사를 권했다. 그러자 그녀는 금식 중이라며 사양했다. 목사님은 왜 금식하는지 물었다.
“집회 후에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생기기 때문에 저는 집회가 끝나면 늘 금식합니다.”
목사님은 이에 작심하신 듯 말씀하셨다.
“목사님, 성경에 금식은 신랑을 잃었을 때 하라 했습니다. 곧 성령 충만을 잃었을 때 하라는 말씀이죠. 우리는 어제까지 집회를 통해 성령 충만을 받았습니다. 지금은 금식할 때가 아니라 수고한 성도들과 함께 파티를 열고 기뻐해야 할 때입니다. 그런데 그동안 집회를 위해 기도하며 수고한 성도들 입장에서 목사님이 금식하고 있으면 어떠하겠습니까? 지금은 잘 먹고 힘을 내서 이번 집회에 찾아온 성도들을 교회로 모아 부흥의 파도를 타야할 때입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지도자가 금식하고 있어서는 성도들 또한 힘을 낼 수 없습니다.”
목사님의 가르침을 접한 로페스 목사는 금식을 깨고 식사를 하겠노라 말했다. 이에 목사님은 더하여 긴 머리를 자르고 바지로 갈아입으라고 말씀하셨다.
“교회 부흥을 위해서라면 우리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합니다. 머리를 기르고 베일을 쓰고 치렁치렁한 치마를 입고 언제 일하겠습니까? 이제 이번 집회로 인해 많은 성도들이 목사님 교회로 몰려들 것입니다. 목사님의 변화는 교회를 역동적으로 변모시켜 부흥의 탄력을 받게 할 것입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교단의 지침을 따라야 하기에….”
“교단의 종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종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교단을 뛰어넘지 않고는 하나님이 주시는 부흥의 역사를 맛볼 수 없습니다. 세상에 찌들어 교회를 찾은 성도들에게 자꾸 율법의 베일을 씌워서는 안 됩니다. 그들에게 힘을 주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줘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사님부터 교단의 눈치 보지 말고 예수님이 주신 자유를 실천해야 합니다. 목사님, 변화를 두려워 마세요.”
로페스 목사는 남편과 함께 웃으며 그렇게 하겠다고 말했지만, 이제 주사위는 그들에게 던져졌고 하고 안 하고는 그들 몫일뿐이다. 라구나 말처럼 목사님의 가르침을 잘 받으면 멋지게 살지만, 잘 못 받으면 오히려 죽을 맛이 될 수 있다.
다리를 잘 못 쓰는 로페스 목사의 남편을 위해 기도해주고 떠나려는데, 그가 봉투를 들고 목사님께 드리며 말했다.
“목사님은 많은 돈을 가지신 분이기에 이 작은 물질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겠지만, 저는 여전히 돈도 축복도 필요합니다. 부디 받아주세요.”
비록 투박한 말투였지만, 참으로 가슴을 울리는 말이었다. 목사님은 그의 헌물을 받고 축복한 후, 그에게 다시 돌려주며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난공사에 이익이 많다는 목사님의 말씀처럼, 비록 시차와 날씨, 그리고 열악한 환경과 싸우며 지낸 며칠이었지만, 우리는 신실하신 하나님의 역사로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수 있었다.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