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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535호 · 2010-05-28

얼마 전, 아파트를 구입하려다보니 부동산을 통해 매매로 나온 아파트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타인의 소중한 주거공간을 들여다보러 다니는 일이 그리 수월한 일은 아니었음에도, 부동산 일을 하시는 아주버님의 도움으로 정말 여러 곳을 둘러볼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받았다.

어떤 곳은 뛰어난 조망을 자랑하는 곳도 있었고, 또 어떤 곳은 멋있는 시설로 아름답게 꾸며진 곳도 있었다. 근데 어느 아파트에 들어서는 순간, 쓰레기 냄새가 코를 찔렀다. 나는 인근에서 풍겨 나오는 오물 냄새인줄 알았다. 간신히 역겨운 냄새를 참고 소개해주신 집을 보기 위하여 들어갔다.

그런데 독한 오물 냄새의 근원지는 바로 그 집이었다. 싫은 내색을 숨긴 채 집안 곳곳을 둘러보는데, 그곳 안주인은 머리가 풀어 박산이었고, 아이들 둘이서 컴퓨터 앞에 앉아있는데 그 모습이 흉흉했다. ‘도대체 이래도 되는 건가’ 싶었고, 안주인에 따라서 집안의 모습이 이렇게도 연출될 수 있구나 싶었다.

십 수 년 전, 부동산 경기가 그리 좋지 않을 때, 지방으로 발령 나는 바람에 집을 내놓은 적이 있었다. 집을 매매하기 위해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은 깨끗하게 청소를 하고 구입자를 기다리는 것이었다. 그래서 정말 깔끔하게 청소를 하고 사람을 맞이했다.

깨끗함이 먹혔는지 주위의 어떤 아파트도 팔리지 않을 때였는데, 우리 집은 그 당시 시세보다 더 웃돈을 받고 팔렸던 기억이 있다. 집을 팔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준비는 매매를 성사시키기 위한 기본적 예의라고 생각한다. 나는 역겨운 냄새와 지저분한 공간을 거리낌 없이 보여줄 수 있는 그 분의 용감함이 달리 보였다.

집을 둘러보는 일이고 뭐고 얼른 나가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돌아서서 나오는데 현관 입구에 걸려있는 성경구절이 언뜻 눈에 뜨였다. ‘예수만 섬기는 우리 집’

순간 아찔했다. ‘믿는 집이었어? 근데, 이렇게 지저분하고 역겨운 냄새가 풍기는 곳에도 예수님이 함께 하실까? 청결한 자가 주를 본다고 하셨는데, 예수만 섬기는 가정이라면 적어도 썩은 냄새는 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하나님의 자녀로 표식하고 산다면, 하나님의 자녀로서 최소한 부끄럽지만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님의 자녀로서 자랑스럽지는 못해도 최소한 하나님을 부끄럽게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믿는 나는 민망한 정도지만, 그 집을 드나드는 믿지 않는 자는 이를 보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나님의 말씀은 나를 온전히 비추는 거울이다. 거울을 통하여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아름다울 때, 타인에게도 아름답게 비춰질 것이다. 거울에 비춰지는 나의 모습이 반듯할 때, 믿지 않는 자에게도 반듯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그 모습이 온전하지 못할 때면, 거울을 보고 다시 갖춰 부족한 면을 채워야 할 것이다.

‘할 수만 있다면 하나님의 자녀임을 알리는 표식에 합당한 아름다운 자녀가 되어 세상 사람들에게 자랑이 될 수 있는 하나님의 자녀로 살아야겠다.’ 다짐하며 씁쓸한 생각을 안고 예수만 섬기는 그 분의 집을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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