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는 자에게는 능치 못할 일이 없다
속전속결(速戰速決). 적의 예봉을 단숨에 꺾어버리는 속도전이었다. ‘쾌도난마(快刀亂麻)’라는 말이 이처럼 어울리는 장면도 없을 것이다.
광활한 지역에 널리 퍼져 살고 있던 인디언들은 동원된 버스에 몸을 싣고 푸른 무화과나무 축구장으로 저녁 마실 삼아 놀러왔다가 입이 딱 벌어지는 아비규환(阿鼻叫喚)의 현장을 목도했다.
목사님의 집회 사상 이처럼 짧은 시간 내에 이처럼 많은 귀신들을 소탕한 적도 없을 것이다. 목사님이 단에 오르신 후 단 1시간 내에 모든 상황이 종료되었으니 말이다.
첫 집회 준비, 처음 보는 사회, 라구나(Laguna) 전도사는 잔뜩 긴장하고 있었고, 목사님과 이 선교사가 단상 뒤편에 자리를 잡자 그의 긴장감은 극도에 달하는 듯했다. 헌금 순서에 메시지가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더니 국기 교환 순서에 와서는 태극기를 목사님께 전달하지 않고 진행하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나중에 목사님의 설명에 따르면, 그 당시 떼를 이룬 엄청난 악의 영들이 집회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고 한다. 목사님을 차로 모시던 마르셀로(Marcelo)도 영안(靈眼)이 열리며 동일한 장면을 보았다고 말했다.
목사님의 사역은 여느 설교자들의 집회와는 차원이 다르다. 예수님과 제자들의 사역이나 초대교회의 사역처럼 말씀증거와 귀신을 쫓아내며 각색 병을 고치는 영적사역이 동반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기도에 전무해야 한다. 예수님과 그의 제자들이 늘 기도할 처소를 찾았던 것처럼, 목사님도 집회를 앞두곤 하루 일과의 대부분이 기도로 채워진다. 기도 외에는 이런 유가 나갈 수 없다(막9:29)는 하나님의 말씀은 진리이기 때문이다.
속사포처럼 터지는 목사님의 말씀이 푸른 무화과나무 축구장을 쩌렁쩌렁 울리기를 채 20분이나 지났을까? 설교라기보다는 오히려 악한 영들을 향하여 뿜어대는 기관단총이며 함포사격이었다. 천국 복음의 선포와 함께 기도하자는 말씀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처처에서 아비규환이 일어났다.
집회사상 그렇게 쉴 새 없이 귀신들이 요동하며 소리를 지른 기억이 없을 정도다. 안내위원들은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로 귀신이 드러나 요동하는 성도들을 단상으로 연신 끌어올렸다. 단상 앞은 용신할 틈이 없을 정도로 몰려드는 성도들로 아우성인지라 미처 끌어올리지 못한 경우도 허다했다.
예수 이름의 권세 앞에 악한 영들은 무차별 도륙을 당하고 있었다. 260년 전, 순교의 피가 떨어졌던 그 땅에 성령의 놀라운 역사가 나타나는 감격의 시간이었다. 귀신들이 비명을 지르며 떠나갔고, 목발을 들고 걸으며 각색 병들이 고침을 받았다. 광대하신 하나님의 성호를 찬양했고, 구원의 확신으로 충만한 인디언들의 함성이 푸른 무화과나무 축구장에 가득했다.
목사님은 전쟁의 승리를 선포하시고 집회장을 황급히 떠나셨다. 사람들이 단상 앞으로 몰려드는지라 사고위험이 컸기 때문이기도 했다. 집회가 시작되고 1시간도 지나지 않아 목사님이 떠나자 라구나 전도사는 자신의 실수로 집회가 일찍 끝난 것이 아닌가 하여 걱정스러운 눈치였다. 목사님은 나중에 라구나의 걱정을 들으시고 껄껄 웃으셨다.
“총공격을 감행하고 있는 마당에 네 실수 따위를 신경 쓸 겨를이 어디 있었겠니? 오늘 너와 이 선교사, 그리고 파라과이 성도들은 정말 대단한 일을 해냈다. 아마 모든 교인들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충만해졌을 것이다. 이 집회를 계기로 파라과이 예수중심교회가 급성장하게 될 것이다.”
마귀의 궤계를 능히 대적하기 위하여 하나님의 전신갑주를 입으라 (엡6:11)
낀따나(Quintana) 장로를 비롯하여 세페리노(Sefferino) 집사, 마꼬또(Macoto) 집사 등 파라과이 교회의 중직들은 이구동성으로 놀라움을 표시했다. 낀따나 장로는 목사님이 친필 사인으로 준 장로임명장이 너무나 감격스러워 죽도록 충성하고 있다고 한다. 2년 전, 예수에 미쳤다고 아내에게 쫓겨나 혼자 살고 있지만, 더없이 감사하기만 하단다.
그는 토목공학 교수로 이 선교사의 오른팔이 되어 파라과이 교회의 대소사를 책임지고 있는데, 하나님이 주신 직임을 그처럼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며 충성하는 장로는 처음 보았다. 세페리노 집사는 하나님의 은혜로 나다나엘이라는 아들을 얻고는 그 감사로 교회에 충성하고 있는 보건소 소장이다. 그들 모두 이번 집회를 위해 월급이 한 달에 1,000달러 밖에 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은행 빚을 내서 5,000달러를 심었다고 한다. 그들이 이번 집회에 사활을 걸고 뛰었음을 반증하는 사례들이다.
파라과이 집회 후, 우리가 멕시코(Mex-ico)에서 들은 소식에 의하면, 파라과이 교회에 난리가 났단다. 집회를 통하여 병을 고침 받은 인디언들이 교회로 몰려와 서로 간증하려 아우성인지라 낀따나 장로가 순서를 정해줘야 할 정도였다고 한다. 새벽 기도에 백여 명이 몰려들고, 뇌암을 고친 일가족 11명이 한꺼번에 화요 성경공부에 찾아오는가 하면, 저녁 8시면 집에 기르는 닭들도 잠을 잔다는 인디언 촌에서 많은 인디언들이 11시에 드리는 철야예배에 참석하겠다고 몰려왔다고 한다.
주일저녁, 이 선교사는 뽀사다스(Posa-das)의 루벤 목사가 목사님을 교회로 초청했다며 꼭 가셔야 한다고 했다. 약속되어 있던 스케줄도 아니고 이미 격전을 치른 상태에서 피곤에 지친 목사님은 ‘내일이면 다시 멕시코로 떠나 또 다른 전쟁을 시작해야하는데 라구나가 대신 가서 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씀했다.
그러나 여기까지 오셔서 그냥 가시면 안 된다고 루벤 목사가 강청했다는 것이다. 사실 거리야 멀지 않지만, 뽀사다스는 아르헨티나 령(領)인지라 국경을 넘어야 한다. 하는 수 없이 목사님은 지친 몸을 이끌고 라구나에게 설교 준비를 하라고 말씀하시며 차에 오르셨다. 그런데 파라과이 이민국을 지나 파라나(Parana) 강을 건너는데 갑자기 목사님께서 조용히 말씀하셨다.
“루벤 목사가 기도를 많이 했다고 성령께서 말씀하신다. 내가 가는 이유가 있었다.”
운전을 해주는 마르셀로가 이민국 관리들을 잘 알기에 국경통과에는 어려움이 없었지만, 반드시 여권에 도장을 찍어야하는 절차는 거쳐야 했다. 마르셀로가 아르헨티나 이민국에 들어갔다 오더니 신이 나서 말한다.
“목사님, 아르헨티나 이민국 관리가 목사님 여권의 사진을 보더니 알아보고는 사진을 자기 얼굴에 대고 부비며 축복이라고 기뻐하던데요?”
목사님의 남미지역 유명세를 실감하는 사건이라며 모두가 함께 웃었다.
루벤 교회에 도착하니 이미 날은 어두운데 문 앞에 질서정연하게 도열한 관악브라스밴드가 열렬한 환영마치를 연주하였다. 성전은 목사님을 기다리는 성도들로 가득했고 목사님이 들어가시자 휘파람을 불며 환호성을 지르는 것이었다. 우리는 들어가며 ‘안 왔으면 큰일 날 뻔했다’고 입을 모았다.
목사님은 성령께서 주시는 말씀이라며 욥기서 34장 15절 말씀을 봉독하시곤 루벤 목사에게 말씀하셨다.
“죽을병에서 살려주었으니 루벤 목사는 오늘 성령께서 주시는 말씀을 명심하여 일체의 혈기를 버리고 온유한 목사가 되어야 한다. 그러면 이 교회는 아르헨티나에 우뚝 서는 교회로 부흥 성장할 것이다.”
루벤 목사는 영적 아버지로 모시는 목사님의 말씀에 순종하겠다고 약속했다. 뜨거운 성도들은 기쁨으로 충만했다.
이튿날, 파라과이를 떠나며 그동안 함께 했던 파라과이 성도들과 작별을 고했다.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이별을 아쉬워했다.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가슴 뭉클한 장면이었다. 멕시코에서 기다리고 있는 새로운 전쟁에 우리는 긴장을 풀 겨를도 없이 부에노스아이레스(Buenos Aires)로 향했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