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그릇 속에 보화
얼마 전, 중국에서 온 손님과 함께 차를 타고 가는데 그 분이 하는 말, “한국 여자들, 옷 잘 입네요.” 언중유골(言中有骨)이었다. 순간, 나는 낯이 뜨거워 몸 둘 바를 몰랐다. 하여 이렇게 답했다. “부끄럽습니다. 근면 성실한 모습을 보셨더라면, 내적인 향기를 느끼셨다면 좋았을 것을 부끄러운 단면을 보여드린 것 같습니다.”
그의 말은 우리나라 여자들이 감각있게 옷을 잘 입는다고 칭찬을 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지나치게 화려하고, 지나치게 유행 타고, 그리고 지나치게 외적인 미를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병폐를 단적으로 꼬집은 것이다. 하긴 내가 봐도 지나칠진대 외국인의 눈엔들 안 비췄겠는가!
진정한 아름다움이 무엇일까? 명품 브랜드로 휘감아야 아름다운가? 8등신이어야? 삶은 계란 벗겨놓은 듯한 피부여야? 오뚝한 콧날에 쌍꺼풀, V자 턱을 가져야 아름다운 건가?
나는 아름다움이 외적인 조건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본다. 지적인 면이 드러나고, 목표하는 바를 추구하는 열정이 발휘되고, 사랑의 향기가 뿜어 나올 때, 아름다움은 고조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외적 아름다움을 무시하고 배제하자는 것이 아니다. 내적인 아름다움에 더 비중을 실어달라는 말이다. 포장보다는 내용물이 중요한 것이고,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중요한 것 아닌가. 누군가 그랬다. ‘외모가 아름답다는 것은 큰 축복이다. 그러나 그 외모 때문에 내면을 가꾸지 않는다면 그것은 재앙이다’라고.
빛 좋은 개살구, 속빈 강정은 되지 말자. 질그릇 속이라도 보화만 담겨있으면 좋은 것 아니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