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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곳에 뿌리를 깊이 내려라

505호 · 2009-10-30

마닐라(Manila)를 떠나기 전날 늦은 밤, 신민호 목사에게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목사님을 뵙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겠냐는 내용이었다. 늦어도 내일 오전 10시면, 우리는 세부(Cebu)로 떠나야한다.

신 목사의 설명에 따르면 그, 곧 테오둘로(Teodulo) 목사는 곤잘레스(Gonzales) 목사와 더불어 필리핀(Philippines)에서 성령운동을 하고 있는 보기 드문 목사라고 한다. 지난 해 1월, 원래 곤잘레스 목사와 함께 한국을 방문하려 했었는데, 당시 갑작스런 스케줄로 인해 오지 못하고 곤잘레스 목사만 오게 되었었다고 한다.

그는 목사님이 필리핀에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여러 번 신 목사에게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계속된 집회 스케줄로 연결이 안 되다가 결국 마닐라를 떠나기 전날 밤에야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이튿날 오전 조식시간밖에 없을 듯하였다. 우리는 다음날 아침 8시에 약속을 잡았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 7시, 그로부터 벌써 도착했다는 연락이 왔다. 출근시간 교통정체를 고려하여 시간을 8시로 잡았는데 그는 아마도 정체시간을 피해 더 일찍 달려온 듯하였다. 식당으로 내려가 보니 그는 한국에 다녀갔던 동생 다니엘 목사를 비롯한 몇몇 부교역자들을 대동하고 와있었다. 젊고 화통한 인상이었다. 목사님은 그와 일행들에게 반갑게 악수를 청하셨다.

“나는 가는 곳마다 기도하는 것이 있다. 나와 함께 손을 잡고 일할 수 있는 영적인 목사를 만나게 해달라는 것이다. 이곳에 와서도 지속적으로 기도했다. 오늘 당신을 만나는 것은 내 기도의 응답이다. 우리 한 번 힘을 합쳐 이 나라를 살려보자.”

테오둘로 목사는 목사님이 얘기하실 때마다 아멘으로 화답하는 대신 방언을 말하며 목사님을 끌어안았다. 대하면 대할수록 매우 뜨겁고 순수해보였다. 그의 나이는 47세. 목회 경력은 12년이란다. 그도 목사님처럼 귀신을 쫓으며 성령운동을 한다고 교단으로부터 쫓겨나고 이단으로 정죄되는 등 많은 핍박을 받아왔다고 한다. 곤잘레스 목사와 동일한 이력이었다. 그러나 그의 교회들은 더욱 부흥 성장하여 테오둘로 목사는 필리핀 북부에서, 곤잘레스 목사는 남부에서 필리핀을 깨우는 영적 기둥이 되었다.

목사님은 테오둘로 목사에게 한 가지 다짐을 하셨다.

“나와 손잡고 일하려면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나와 손잡는 순간 핍박을 각오해야 한다. 자신 있는가?”

그러자 테오둘로 목사는 아무 문제없다며 오히려 더욱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이미 겪을 만큼 겪었다는 표정이었다. 목사님은 테오둘로 목사의 이름을 데이빗(David)으로 바꾸어 주셨다. 골리앗 앞에서 오직 만군의 여호와의 이름으로 승리했던 다윗의 믿음을 가지라고 격려하셨다. 그리고 데이빗 목사에게 소중한 목회 노하우를 전수해주셨다.

“어제 곤잘레스 목사가 먼 길을 달려와 저녁식사를 대접해주었다.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곤잘레스나 데이빗 목사에게 한 가지 권면하고자 한다. 나무가 성장하려면 먼저 뿌리를 깊이 내려야 한다. 태풍에도 끄떡없는 나무가 되려면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려야 하는 것이다.

목회도 마찬가지다. 먼저 본 교회가 튼튼해야 한다.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가 조금 성장하면 지교회를 세우고, 명성을 날리고 싶은 마음에 본 교회는 잘 돌보지 않고 밖으로 뛰려한다. 그러다 결국 본 교회마저 무너지게 된다. 먼저 내 땅을 기름지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뿌리를 깊이 내린 후에 가지를 뻗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교회를 비워도 교회가 아무 문제없이 성장해갈 수 있는 토양을 마련한 후에 밖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말이다. 작은 배는 약간 풍랑이 일어도 뒤집어질 수 있다. 쪽배들과 부딪쳐도 파손될 수 있다. 그러나 항공모함은 폭풍이 몰려와도 항진한다. 쪽배들이 달려들어 봤자 쪽배만 부서질 뿐이다.

내가 그랬다. 내 교회가 작을 때는 나를 밀 까부르듯 흔들어댔다. 그러나 내 교회가 항공모함처럼 성장하자 이제는 감히 뭐라 하지 못한다.

오히려 세계에서 몰려와 배우고자 애쓴다. 다시 말하지만 내가 견고하게 우뚝 설 때까지 참고 기다려야 한다. 아주 명심하기 바란다.”

데이빗 목사는 감사를 표하며 12월 말에 있을 목회자 세미나에 오셔서 필리핀 목회자들을 깨우쳐달라고 요청했다.

“얼마든지 하겠다. 필리핀은 거리도 가까울뿐더러 시차도 1시간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 주중에라도 다녀갈 수 있다. 목회자 세미나도 하고 체육관이나 야외 운동장을 빌려 대집회를 열자. 한국에 오기 원하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우리가 힘을 합친다면 이 나라를 살릴 수 있지 않겠나. 오늘 데이빗 목사를 만난 것은 하나님의 뜻이다.”

목사님도, 데이빗 목사도 너무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데이빗 목사 일행은 우리가 세부로 가기 위해 짐을 싸러 방으로 들어간 사이, 목사님께 기도를 받겠다며 복도에 앉아 기다리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데이빗 목사와 그의 일행들 모두를 불러 일일이 머리에 손을 얹고 기도해주셨다. 성령으로 충만한 모습이었다. 필리핀에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이 시작됨을 알려주는 장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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