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는군요!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하나님의 권능을 먼저 시인하니 하나님께서 기사와 표적으로 역사해주시는 것입니다.”
뮌헨(Munich) 공항에 나온 피셔(Evald Fischer) 목사는 참으로 선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비행기가 연착되어 약 30분 늦게 도착한 우크라이나(Ukraine)의 슬라바(Slava) 목사와 함께 아우크스부르크(Augsburg)로 출발하였다.
호텔에 여장을 푼 우리는 피셔 목사의 교회 식당에서 늦은 저녁식사를 하였다. 말 그대로 검소한 식사였다. 지난 오스나브뤼크 집회 때도 그랬지만, 잘사는 나라에 온다고 아무런 준비도 없이 왔는데 나오는 음식은 멀건 스프와 몇 가지 야채에 딱딱한 빵이 전부였다. 그나마 이번에는 그 흔하다는 독일 소시지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지금 우리를 최고의 음식으로 대접하고 있는 거야. 감사함으로 맛있게 먹자.”
목사님은 “오친 구스나(참 맛있다)”를 연발하시며 피셔 목사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런 생각이 스쳤다. 우리가 우크라이나에 처음 들어갔을 때 어떠했던가? 그 때도 먹거리가 열악했었다. 그러나 지금은 차고 넘치도록 풍성하게 대접받고 있지 않은가? 독일에 복음의 씨를 뿌리고 있는 지금, 어찌 보면 하나님께서 우리의 정신 자세를 단단히 가다듬고 계신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 찬란한 기독교 문명을 자랑하던 이 나라가 영적 침체에 빠져 교회들이 잠자고 있는 이때, 다시 이 나라에 불을 던지려면, 치열한 영적 전쟁을 시작하려면 과연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임해야하겠는가? 목사님 말씀처럼 어떤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강인한 유연성을 가져야만 대업을 이룰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집회를 진행하며 느낀 점인데 피셔 목사는 사람은 참 선한데 일머리가 없어 보였다. 가장 심각했던 일은 저녁집회에 통역을 하겠다고 단으로 올라왔을 때부터 시작되었다. 원래 그의 사위 알렉스(Alex)가 통역을 무난히 수행해내어 베드로(Peter) 목사의 부재를 메워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 대신 피셔 목사가 통역을 하겠다고 나선 것이다.
한마디로 피셔 목사는 죽을 쓰고 말았다. 통역이 리듬감을 놓쳐버리면 그 설교는 목사님께 고통일 뿐이다. 목사님은 통역에 신경 쓰랴, 메시지의 흐름도 놓치지 않으랴 온 신경이 곤두세워져 극도의 긴장과 피로가 가중되는 가운데 집회를 끌고 가셔야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하나님의 자녀는 하나님’이라는 아주 영적인 메시지를 전하는 중요한 순간에 통역이 가로막고 있었으니 시쳇말로 환장할 노릇이었다. 나중에 알렉스를 발견하신 목사님은 그를 다시 세우고 설교를 다시 반복하셔야했다.
집회를 마치고 저녁식사 시간에 목사님은 피셔 목사를 설득했다.
“나는 처음 통역한 자를 바꾸지 않습니다. 처음 운전해준 사람이나 차도 바꾸지 않습니다. 나는 바로 그들을 두고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내가 기도한 것도 믿지 못하고 사람들의 말에 끌려 손바닥 뒤집듯 바꾼다면 악한 마귀만 틈탈 뿐입니다. 오늘이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통역은 당신의 사위 알렉스가 시작했습니다. 난 그와 마지막까지 하고자 합니다.”
피셔 목사는 흔쾌히 수락해주었다. 그의 말로는 사위가 목이 아프다고 하여 자기가 했다고 하는데, 나빈 목사의 말을 들어보니 피셔 목사가 전부터 목사님의 통역을 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지 실력도, 준비도 부족했다.
이튿날 아침 집회에 아직 목사님이 도착하기 전이었는데 피셔 목사는 성도들에게 이렇게 광고하고 있었다. 그는 마치 어린 아이처럼 기뻐하고 있었다.
“나는 어제 하루 동안 너무도 많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나는 이초석 목사님의 집회 영상물들을 보며 왜 우리 교회에는 저러한 하나님의 치료가 없을까 고민해왔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하루 동안 이초석 목사님께서 집회를 인도하시는 모습을 보니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분은 마이크를 넘겨받자마자 먼저 기도와 찬양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부터 하십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높이고 하나님의 권능을 먼저 시인하니 하나님께서 그 종을 통하여 기사와 표적으로 역사해주시는 것입니다. 우리 교회에도 이제 이런 치료의 역사가 나타날 것입니다. 할렐루야!”
목사님은 지난밤, 너무도 힘든 몸을 이끌고 잠자리에 드셨다. 통역 문제로 고통스러웠기에 피셔 목사를 두고 기도하는데 하나님께서 피셔 목사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종이라고 말씀해주셨다고 한다. 그를 축복해주고 가야겠다고 말씀하셨다.
피셔 목사는 마지막 날, 우리를 그의 사위집으로 초대하여 점심을 대접해주었다. 독일에 들어온 이래로 가장 융숭한 대접이었다. 피셔 목사와 사모, 그의 딸과 사위, 사위 알렉스의 부모, 그리고 어린 자녀들 모두가 목사님을 열렬히 환영해주고 있었다.
목사님을 대접하기 위해 직접 총을 들고 나가 사슴을 사냥하면서까지 음식을 준비했다고 하니 하나님의 은혜가 없고서야 어찌 이런 대접을 상상이나 할까? 그만큼 목사님을 통해 큰 은혜를 받았다는 반증인 셈이다. 특히 그의 딸, 모니카(Monica)는 목사님 곁을 떠나지 않으며 목사님의 말씀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곤 하였다.
목사님은 아우크스부르크를 떠나며 피셔 목사를 축복해주셨다.
“당신 하나만 변했다면 나는 그것으로 하나님께 감사하고 이번 집회는 대성공입니다.”
피셔 목사는 작별을 아쉬워하며 다름슈타트(Darmstadt)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왕복 8시간이나 걸리는 길을 그는 기쁨으로 동행해준 것이다. 부디 이제부터 그의 목회에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가 함께 하길 기도한다. 분명히 하나님은 순수한 피셔 목사와 함께 하시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