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혜로운 말
전국시대 위나라의 문후는 훌륭한 군주였다. 그런데 그는 중산이라는 지방을 정벌하고는 이 땅을 자기의 아들에게 다스리게 하는 오점을 남겼다. 당시의 관례로는 다른 지방을 정벌하면 아들이 아닌 동생을 봉해 주는 것이었는데, 위문후는 아들에게 이를 넘긴 것이다.
이를 두고 뒷말이 났을 터, 위문후라고 귀를 닫고 살았겠는가? 그도 신하들의 이런저런 뒷말을 들은 터라 신하들과 환담을 하면서 그들의 심중을 헤아리고 싶었다. 그래서 신하들을 불러 모으고 연회를 베푼 자리에서 그들에게 물었다.
“자네들은 내가 어떤 임금이라고 생각하는가?”
그러자 배석한 대부분이 입을 맞추어 말했다.
“어진 임금입니다.”
그러나 유독 임좌(任座)라는 신하만은 달리 답을 했다.
“전하, 중산에 아들을 봉한 일은 매우 잘못된 일입니다. 엄연한 관례가 있는데, 임금님께서 그 관례를 깨셨으니 옥에 티를 남기신 것입니다. 감히 말씀드리건 데 임금님이 온전히 어질다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렇잖아도 심기가 불편한 위문후는 임좌의 말에 몹시 불쾌했다. 용안이 굳어질 수밖에. 임좌는 이 사태를 파악하고는 얼른 자리를 떴다.
다시 분위가가 무르익을 때 즈음 위문후는 옆에 있던 적황(翟璜)에게 물었다.
“내가 어떤 임금이냐?”
그러자 적황이 이렇게 대답했다.
“임금님은 분명 어진 임금이십니다.” 그러자 위문후는 적황에게 말했다.
“그래? 임좌의 말을 들었겠지? 그는 나를 어질지 못하다 했느니라. 그런데 너는 왜 내가 어진 임금이라고 말하는 것이냐?”
“예로부터 임금이 어질면 신하들이 정직하다고 했습니다. 사실 조금 전의 임좌는 정직하게 말을 한 것입니다. 어진 임금 앞이 아니라면 감히 할 수 없는 말을 한 겁니다. 그 때문에 저는 임금님이 어질다고 말씀 드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문후는 마음이 풀려 임좌를 다시 불러 직접 맞이하고 벼슬을 주어 예우했다.
“지혜자의 입의 말은 은혜로우나 우매자의 입술은 자기를 삼키나니”(전10: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