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단점을 보지 말고 장점에 집중하라
2009년 5월 6일 오전 7시 20분, 두바이(Dubai) 공항, 아크라(Accra) 행 아랍에미리트 항공 EK 787편이 이륙을 준비하고 있었다. 좌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스튜어디스가 찾아와 목사님이 우리를 호출하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목사님은 가나(Ghana) 입성에 앞서 우리의 정신자세를 가다듬기 원하셨다.
“우리는 이제 가나로 들어간다. 놀러가는 것도 아니요 돈 벌러 가는 것도 아니다. 우리는 영적 전쟁을 앞두고 있다. 가나에 도착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치열한 영적 전쟁에 돌입하게 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한다. 전쟁에는 왕도가 없다. 어째든 이겨야 한다. 먼저 우리가 서로를 배려하며 영적으로 하나가 되어야 하고, 내 일, 네 일 따지지 말고 승리를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너희 자신의 단점을 보지 말라. 오히려 장점을 극대화 하는데 집중해라.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나의 단점에 흔들리지 않고 부단히 나의 장점을 살리며 달려왔기 때문이다. 내가 영어를 못한다고 미리 포기했으면 나는 세계 선교에 나설 수 없었다.
오늘 내가 전 세계에 담대히 복음을 증거하며 다닐 수 있는 것은 나의 약점보다는 강점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너희들도 마찬가지다. 너희 각자에게는 하나님께서 주신 강점들이 있다. 오직 그 강점에만 집중해라. 그러면 반드시 승리할 수 있다.”
그리고 함께 손을 잡고 기도하였다.
긴 여정이었다. 인천 공항을 출발, 두바이를 경유하여 가나의 수도 아크라 공항에 도착하니 벌써 이틀이 지나 있었다. 그러나 수니야니(Sunyani)까지는 아직도 반나절을 더 가야한다. 돌이켜보면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아득하기만 하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여권 및 비자 문제를 비롯한 예기치 못한 상황들이 곳곳에 암초처럼 자리 잡고 출발하는 날까지 마음을 졸이게 하였다. 이번 가나 집회를 두고 우리 성도들이 또한 얼마나 기도했던가? 아니 지금도 멈추지 않고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을 터, 우리는 반드시 이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가야 한다.
공항에 나온 나나 목사를 비롯한 수니야니 목회자들과 함께 식사하는 자리에서 목사님은 기도 중에 본 이상을 말씀하셨다.
“나는 기도 중에 아프리카에 대한 한 이상을 보았습니다. 내가 보니 아프리카의 모든 산과 평야가 메말라 초목이 다 시들어 죽어있었습니다. 그런데 내가 두 손을 들고 기도하니 온 산과 들에 다시 생기가 돌며 푸르게 변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토고(Togo)에서 온 사퐁(Sapon) 목사가 토고에도 오셔서 집회를 해주십사 요청하였다. 토고는 약 1,400만 인구 가운데 절반이 크리스천이라고 한다. 불어를 사용하는 나라인데 나나 목사 말로는 토고에 한국어를 알아듣고 통역할 수 있는 현지인이 둘이나 있다고 한다.
목사님은 가는 곳마다 다른 나라나 도시로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고 늘 기도하고 오는데, 오늘도 하나님께서 응답하신 것이라며 기뻐하셨다. 또한 나나 목사를 비롯한 현지 목회자들에게 기도의 위력에 대해 강조하셨다.
“우리는 이곳에 오기 전에 교단의 전 성도들과 가나를 위해 기도했습니다. 지금도 우리 성도들은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 가나에 신종 인플루엔자가 상륙하지 못한 것은 바로 우리 성도들의 기도 때문입니다. 기도는 만사를 변화시킵니다.”
그러자 나나 목사가 가장 크게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차량으로 이동하는 장시간의 여정을 고려하여 아크라에서 1박을 하고 이튿날 아침 일찍 수니야니로 출발하였다. 아크라의 교통체증이 심각하니 일찍 출발하여야 한다는 나나 목사의 말에 우리는 새벽부터 이동 준비에 바빴다.
도로 상태는 말이 아니었다. 차량은 늘어나는데 도로망이 제대로 구축되지 못한 관계로 새로운 도로공사가 한창이었다. 그러다보니 도시를 빠져나가는 길은 더욱 극심한 체증에 시달렸다. 시속 10km도 안 되는 속도로 비포장도로를 지나 겨우겨우 아크라를 빠져나오니 벌써 2시간이 넘게 지나버렸다.
그 뜻대로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루느리라(롬8:28)
그러나 그게 끝이 아니었다. 도로가 군데군데 깊이 파여 마치 곡예를 하듯 요리조리 피해가며 달려야했다. 그렇게 또 1시간 이상을 달리니 온 몸이 파김치가 된다. 게다가 나나 목사는 잔금을 치러야 한다고 은행에 가더니 감감 무소식이다.
수니야니 쪽에서는 카퍼레이드를 준비하고 있는 성도들이 오전부터 기다리고 있다며 언제 오시느냐고 아우성이란다. 결국 나나 목사를 두고 먼저 가기로 하였다. 갖은 우여곡절 끝에 수니야니에 도착하니 출발한지 10시간이 지나고 있었다.
지난 오부아시(Obuasi) 집회 때처럼 경찰 사이드카의 선도로 밴드팀이 올라탄 대형 트럭, 확성기를 단 집회 광고 차량, 목사님이 탑승한 차량, 그리고 전단지를 뿌려대는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도심 전체를 순회하였다. 골목골목마다 동네 꼬마들이 튀어나와 밴드소리에 맞춰 몸을 흔들며 춤을 추었다.
가나 인들은 참 춤을 좋아하는 민족 같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엉덩이를 흔들며 춤을 곧잘 춘다. 또한 그들은 매우 선하고 친절한 민족이기도 하다.
동양에서 온 낯선 이방인에게 그들은 아주 환한 미소를 보내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카퍼레이드는 도시를 한 바퀴 돌고 나서 집회장인 골든 쥬빌리 파크(Golden Jubilee Park)에 입성하는 것으로 종료되었다. 목사님은 열렬히 환영해준 수니야니 성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이번 집회를 위해 애쓰고 수고한 일꾼들을 격려하셨다.
저녁에는 전야제 형식의 찬양집회가 있다고 하여 집회장에 나갔는데, 나나 목사가 보이지 않았다. 집회 3개월 전에 교통사고가 있었다는데 그 문제로 조사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설상가상에 첩첩산중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일까? 한 문제가 해결되면 또 다른 문제들이 연이어 터지는 것 같았다(관련기사 4면).
이튿날 오전에는 집회장 근처의 오순절 교회에서 목회자 세미나가 열렸는데 그 지역의 원로 목사가 소천한 관계로 모두가 장례식에 갔다며 늦게 올 거란다.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들이었다. 지난 세콘디 타코라디(Sekondi-Takoradi) 집회 때에는 지역 유지 아들 결혼식이 있어 목회자들이 눈도장 찍으러 가느라 세미나에 늦게 온다고 하질 않나,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목사님은 ‘나는 내 일을 할 뿐’이라며 세미나에 최선을 다하셨다.
세미나를 마치고 나오자 교회협의회장이 수니야니 왕궁에 가야한다며 우리를 팰리스 홀(Palace Hall)로 인도했다. 알고 보니 옛날로 말하면 그 지역 추장이 거하고 있는 저택이었다. 교회협의회장 말로는 매우 중요한 스케줄이란다. 일종의 신고식 같았다. 추장을 중심으로 전통 복장을 한 가신들이 도열하여 앉아있었다.
그들은 상징적인 지위를 넘어 입법과정에도 실질적 힘을 발휘하는 지역 실세들이란다. 그들에게 목사님을 소개하고 방문 이유를 알리는 것 같았다. 그러나 그들에게 휘둘릴 목사님이 아니었다. 목사님은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마친 후, 바로 추장과 추장 부인을 앞으로 불러내어 그들에게 복음을 전하기 시작하셨다.
매우 어리둥절해 하는 그들의 표정이 한편으로는 실소를 자아내게 했지만, 목사님은 그들의 반응에 개의치 않으시고 ‘반드시 죽음 다음에 심판이 있고 천국과 지옥이 있으며 예수를 믿어야만 천국에 갈 수 있음’을 강력히 증거하셨다.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서 예수를 영접하겠다면 기도해주겠다고 제안하셨다.
그러자 놀랍게도 추장 부부는 그러겠다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목사님은 그들의 손을 잡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기도가 끝나자 그들은 아멘으로 화답했고 목사님과 감격적인 포옹을 나누었다. 정말 멋진 반전이 아닐 수 없었다. 많은 우여곡절과 난관이 있었지만, 하나님은 이런 멋진 작품을 준비하고 계셨던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