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老母)의 지혜
고려시대에 늙은 부모를 산 채로 버리는 고려장이란 악습이 있었다. 그런데 박 정승이라는 사람은 차마 고려장을 할 수가 없어서 늙은 어머니를 집에 몰래 숨겨서 봉양을 했다. 그러던 중 조정에 큰일이 생겼다. 중국에서 사신이 왔는데, 똑같이 생긴 두필의 말을 끌고 와서 어미와 새끼를 가려내라고 한 것이다.
만일 대답을 못하면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다. 중국을 상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조정에서는 매일 회의를 열고 묘안을 짜보았으나 헛수고였다. 아무리 봐도 너무 똑같이 생겼으니 어느 것이 어미고, 새끼인 줄 분별이 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박 정승의 고민을 듣던 그의 노모가 묘안을 가르쳐 주었다. “어미와 새끼를 가리는 방법이 있단다. 우선 말을 하루 정도 굶긴 후에 여물을 갖다 주어라. 먼저 먹는 말이 새끼 말이다.”
그래서 박 정승이 조정으로 나가 중국 사신 앞에서 어머니의 충고대로 말을 하루 굶겼다가 어미 말, 새끼 말을 끌고 나와서 여물을 먹게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중에 말 하나가 달려들어 여물을 먹는다. 그러나 한 말은 뒤로 물러나 다른 한 말이 다 먹도록 기다리는 것이다.
박 정승이 “먼저 먹는 말이 새끼고, 뒤로 물러간 것이 어미입니다.” 라고 답했더니 중국 사신이 깜짝 놀란다. 그래서 고려를 위경에서 건지게 되었다. 이에 왕이 “어떻게 알았느냐?”고 묻자 박 정승은 “그것은 노모의 지혜였습니다.”라고 말하며, 그동안 자기가 노모를 숨기고 있었던 것을 왕 앞에 밝혔다. 왕은 이 말을 듣고 심히 탄복하여 고려장을 폐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한다.
“젊은 자의 영화는 그 힘이요 늙은 자의 아름다운 것은 백발이니라”(잠20:29). 백발이 되기까지 쌓인 노하우는 젊은이의 지식이나 지혜와 비길 수 없는 것들이다. 삶의 경륜을 무시하지 말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