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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짖어도 기차는 간다

429호 · 2008-05-16

필리핀이 새롭게 다가오는 느낌이었다. 비행시간 3시간 30분, 시차는 1시간, 기온도 1년 내내 따스하다. 스페인에게 400년, 미국에 100년 동안 식민통치를 받은 나라, 따라서 남미처럼 가톨릭의 영향으로 국민 대다수가 하나님을 알고 있다. 우리나라 6, 70년대처럼 가난하다. 복음은 가난한 자에게 전파되는 법, 모든 조건이 황금어장이 아닐 수 없다. 목사님은 필리핀에 큰 포부를 품기 시작하셨다.

아더 목사 교회에서 목회자 세미나가 열렸다. 그러나 10시에 시작한다던 것이 11시 30분이 되어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들의 게으름 때문이다. 핑계인즉슨 전날 집회가 12시 넘어 끝나서 어쩔 수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사고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그들이 가난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치열함이 없는 삶에서 단 열매가 나올 수 있겠는가?

그들이 변화되지 않으면 필리핀의 변화와 성장도 기대할 수 없다. 영적 지도자들이 어떤 생각으로, 어떤 자세로 행동하고 가르치느냐에 따라 그 국가와 사회와 교회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틀간의 저녁 집회에서 몇 가지 주목할 점이 발견되었다. 첫날, 목사님은 여느 집회처럼 메시지를 증거하시고 성령의 인도하심 따라 병자들을 안수하셨다. 냉랭했다. 집회를 준비하는 자들의 자세가 확연히 드러나는 듯싶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를 사모하고 성령이 역사하길 갈망하는 기도가 밑받침된 집회와 그렇지 않은 집회는 시작부터 금방 차이가 난다. 마치 잘 익은 수박이 칼만 대면 쩍하고 갈라지듯이, 성령을 간절히 사모하는 심령은 기도만 시작해도, 머리에 손만 얹어도 방언이 터져 나오고 더러운 귀신이 드러나 요동하는 성령의 역사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이튿날, 저녁집회에 가기 전, 숙소에서 준비하는 중에 신민호 선교사로부터 전갈을 받았다. 아더 목사와 교단 목회자들이 목사님께 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그들이 걱정하는 것은 목사님이 안수하실 때, 너무 무섭게 한다는 것이다. 성도들이 두려워하니 그냥 기도만 해주실 수 없냐는 것이었다. 또한 카메라를 찍을 때, 너무 무례하게 행동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이었다.

목사님의 안수 장면을 찍는 중에 너무 많은 카메라맨이 달려드는 것을 제지한 것이었는데, 그들 입장에서는 행사의 주최자도 아닌 초청객이 와서 그럴 수 있냐는 것이었다. 이해되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목사님의 안수방식을 거론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것이 성령을 제한하는 행위임을 그들이 아는지 모르는지 안타까웠다. 그러나 목사님은 다 받아들이셨다. 첫 이미지가 좋지 못하면 필리핀을 복음화 하는데 걸림돌이 될 수 있음을 고려하신 것이다.

이스라엘에 갔을 때, 시몬 나훔 목사가 설교를 그만하라고 해서 마이크를 던지고 집회장을 떠났던 사건으로 이미 경험이 있던 차라, 목사님은 더 큰 것을 바라보고 받아들이기로 하신 것 같았다. 목사님은 단에 올라 설교를 마치신 후, 전날에 있었던 일들을 거론하며 그들의 이해를 구하셨다. 아더 목사는 목사님의 겸손한 리더십에 정말 감복했다며 목사님을 얼싸 안았다.

이미 예견된 사건이었다. 한국에서 공부하러 현지에 가있던 우리 교인이 꿈을 꾸었다고 한다. 목사님이 집회를 마치고 나오시는데, 4명의 괴한이 달려들어 쇠파이프를 휘둘러 목사님의 뒤통수를 치더란다. 그 꿈을 해석해보니 현지 목회자들 중에 목사님께 반감을 가진 자들이 들고 일어나려 한 것이고, 이에 당황한 아더 목사도 메시지를 보낸 것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은 신원하시는 분이다. 그날 저녁, 목사님은 설교만 마치시고 마이크를 아더 목사에게 넘기셨다. 아더 목사는 병자들을 나오라고 하더니 안수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중에 한 성도에게서 더러운 귀신이 드러나 소리를 지르며 요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무도 처리를 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결국 그 성도를 집회장 밖으로 끌어내는 것이었다. 우리 방식으로 안수하면 10분이면 끝날 것을 그들은 붙잡고 기도만 하느라 30분 이상을 끌고 있었다. 집회장을 떠나시려는 목사님께 아더 목사는 안수를 부탁했다. 목사님은 모든 성도들을 일일이 안수해주셨다. 그 와중에 목발을 버리고 걷는 역사, 더러운 귀신이 소리를 지르며 떠나는 역사가 나타났다.

하나님은 마음을 넓히고 겸손히 머리 숙인 목사님을 신원하사 원수의 목전에서 상을 베풀어 주신 것이다. 아더 목사를 비롯한 모든 목회자와 모든 성도들이 목사님과의 작별을 아쉬워하며, 목사님과 목사님의 사역을 위해 기도해주었다. 모두의 얼굴이 기쁨으로 빛났다.

그렇다. 더 큰 것을 바라보는 자는 앞의 작은 일들에 연연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가 선포되고 하나님의 이름이 드높여지는 것이다. 다른 것은 아무래도 좋다. 개가 짖어댄다고 기차가 멈출쏘냐? 우리가 이런 순수한 열정으로 나아가기에 하나님도 언제나 우리 편에 서셔서 일해주시고 응원해주시고 복음의 지경을 넓혀주시는 것이라 믿는다. 다시 한 번, 이 지면을 빌어 기도해주신 모든 성도님들께 주의 이름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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