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야
“결혼은 안할 건가?” “저는 이 사역에 매진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3년만의 방문이었다. 지난 2005년 1월, 첫 필리핀 집회 때, 우리는 정말 힘겨운 영적 전쟁을 치러야했다. 아직 경험이 일천했던 신민호 선교사는 의욕만 앞섰지 필리핀 현지사정에 어두워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목사님께 전가되었었다. 첫 마닐라 집회는 그만큼 신 선교사나 우리에게 혹독한 신고식인 셈이었다.
그리고 3년 후,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지난 해 영성세미나는 그 전조였다. 필리핀으로부터 목회자 40여명이 대거 방문한 것이었다. 40여명의 필리핀 목회자와 함께 인천공항에 도착한 신 선교사의 모습은 많이 달라있었다. 경험보다 좋은 스승이 있으랴. 그리고 2008년 1월 필리핀 바탕가스의 아더 곤잘레스 목사와 다시 방한했을 때, 신 선교사는 더욱 의욕에 불타있었다.
필리핀에 선교의 뿌리를 내린지 7년, 이제 그도 많은 노하우를 갖게 되었다.
사업을 병행하며 제 3세계 선교를 위해 뛰고 있는 임 사장이 필리핀을 방문하여 신 선교사의 사택에 가본 적이 있단다. 교회 바로 옆에 위치한 그의 집은 빈민촌에 있는 여느 다른 집과 다름없었고, 그의 자그마한 방에는 사방으로 목사님의 비디오테이프가 꽂혀있었다고 한다. 그는 무시로 그 테이프들을 틀어보며 설교요약을 하고 거기에서 얻은 영감으로 성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곤 한다는 것이다. 목사님 설교로 젖어 살고 있는 셈이었다.
그가 지난 1월, 88체육관에서 유창한 영어로 목사님의 설교를 통역하던 모습이 결코 거저 된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목사님이 늘 말씀하시듯, 결과만이 과정을 대변해준다. 그의 오늘이 지난 7년간의 역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이번 바탕가스 집회에서 만난 최광준 전도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더욱 실감되는 부분이 있다. 최 전도사에 따르면 많은 한국의 목회자들이 필리핀에 선교하러 나왔다가 사업에 빠진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어학원이나 기숙사를 운영하게 되면 많은 한국의 유학생들을 유치하여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선교비용을 충당한다는 취지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결국 목회는 팽개치고 사업이 본업이 되고 만단다. 최 전도사는 사실 좋은 취지에서 신 선교사에게 조언을 하곤 했었단다. ‘그만한 영어실력으로 어학원을 운영하면 본부의 지원을 받지 않아도 충분히 남겨가며 목회를 할 수 있는데 왜 가만히 있는 거냐’고 말이다. 일견 좋은 아이디어 같으나 신 선교사는 돌아보지 않았다.
그는 오로지 맡겨진 양떼에만 최선을 다했고, 그들과 동고동락했다. 어찌 보면 융통성이 부족한 듯하지만, 바로 그 우직한 성실성을 하나님께서 높이 평가했다고 본다. 하나님의 일은 결코 인간의 꾀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은 철저한 순종과 충성된 자세로만 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 선교사는 목사님이 말씀하시면 곧바로 실행하는 철저한 순종의 자세를 갖고 있었다. 그가 영어를 공부할 때, 하루 7시간씩 영어방송을 보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의 끈기와 집중력에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심지 않고 어찌 거두겠는가? 눈물로 씨를 뿌린 자만이 그 기쁨의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목사님은 신 선교사로부터 신선한 감동을 받으신 듯하였다. 그를 보며 “매사 심은 대로 거두는 법이야.” 라고 말씀하곤 하셨다. 더불어 필리핀에 많은 매력을 발견하신 듯, 말끝마다 필리핀 선교를 위해 집중적인 투자를 해야겠다고 말씀하셨다.
신 선교사는 아직도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 목사님은 그에게 물으셨다.
“결혼은 안할 건가?”
“목사님, 저는 그런 생각할 겨를이 없습니다. 저는 이 사역에 매진하는 것이 저의 가장 큰 기쁨입니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땅에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고 했는데, 7년간 한 우물을 파온 신 선교사의 노력은 그 충분한 가능성을 엿보게 한 것이다. 목사님이 필리핀에 대한 투자를 결심하신 이유가 무엇일까? 바로 필리핀을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있는 신 선교사를 발견하셨기 때문이다. 풀장이 딸린 저택을 마련해주겠다, 자가용을 제공하겠다는 사람들이 나서는 이유도 바로 하나님께 충성한 종에게 하나님이 베푸시는 은혜 아닐까?
신 선교사로부터 다시 한 번 인생의 중요한 교훈을 깨닫는다. 누가 보든 말든 나의 우물을 열심히 파는 자가 생수를 맛볼 뿐 아니라, 그 시원한 생수를 남에게도 마음껏 나누어줄 수 있다. 인내와 충성만이 하나님의 복을 받는 첩경이다. 하나님이 주신 자리를 지키고, 그 자리에서 충성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우리 교단에서 배출한 주의 종들이 목사님의 가르침을 생명으로 알고 주를 위해 목숨까지도 마다않으며 충성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무한한 자부심을 갖는다. 이는 가장 가치 있는 삶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우리의 영원한 소망인 천국에 인생 최고의 가치를 두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에게 하나님의 무한하신 자비와 은총이 주 오시는 그날까지 풍성히 넘칠 것이기 때문이다. “생각건대 현재의 고난은 장차 우리에게 나타날 영광과 족히 비교할 수 없도다.”(롬8: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