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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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1호 목차 › 잠언 에세이

입 다물어!

391호 · 2007-08-22

아들아,

한 아이가 눈이 많이 오는 날 산등성이에서 조그맣게 눈덩이를 만들어 아래로 굴렸단다. 그런데 이 눈덩이가 내려가면서 점점 커져 산 아래에 있는 집을 덮치는 바람에 졸지에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죽고 다쳤지. 아이가 장난삼아 굴린 눈덩이가 한 가족을 비참하게 만든 거야.

너는 이 이야기를 듣고 나니 무슨 생각이 드니? 설마 ‘산 위에서 눈덩이를 굴려서는 안 되겠구나.’ 하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아비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야. 이 작은 눈덩이 같은 것이 ‘소문’이라는 것이지. 아이가 산 밑에 있는 사람들에게 앙심을 품고 작심하고 눈덩이를 굴렸겠니? 아니란다.

그저 장난삼아 굴린 거야. 재밌으니까. 그런데 결과는 어찌 되었니? 사람을 죽게 했지. 어떤 사람이 그냥 심심해서 슬쩍 흘린 말, 확실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무심결에 흘린 말이 점점 부풀어지고, 확대되어 결국 애매한 사람을 매장시키고 죽이는 꼴이 되는 경우가 많단다.

소문이 사람 잡은 거지. 그 말을 흘린 사람이 결과가 그럴 것이라고 예측하고 시작한 것은 아닐 거다. 그러나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고의로 했든 실수로 했든 사람을 아프게 하고, 매장시키고 더는 죽이게 되었다면 그 말을 뿌린 자에게 죄를 물어야 하지 않을까?

잠언에는 “나무가 다하면 불이 꺼지고 말장이가 없어지면 다툼이 쉬느니라”고 했다. 말쟁이, 즉 소문내고 남 말하기 좋아하는 자들이 가는 곳에는 늘 다툼이 있고 시끄럽지.

아들아,

요즘 인터넷의 악플이 문제가 되더구나. 그 악플 때문에 사람들이 시달리고 몇몇은 그것을 이겨내지 못해 죽기까지 한다니 참으로 안타까울 뿐이다. 말쟁이들의 사소한 말이 결국 귀한 생명을 앗아간 거야. 그들은 이렇게 말할지 모르지. “무슨 말 한 마디에 죽느냐?”고. 그러나 아이가 작은 눈덩이를 굴렸을 뿐인데 산 아래 사람이 죽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단다.

남의 흉을 보는 것, 남의 일에 간섭하는 것이 말쟁이들의 일과란다. 그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지금 자기가 맛있게 별식처럼 씹고 있는 사람이 자기로 인하여 얼마나 고통 받고 괴로울 줄 모르는 거야.

너는 남의 말을 하는 자가 되지 말고, 그런 자 곁에 가지도 말아라. 사람이란 말이다,

듣고 있다 보면 맞장구치게 되고, 결국 공범이 되고 말기 때문이란다. 생선가게에 가면 비린내가 배는 것과 같지. 물건을 훔친 놈이나 장물아비나 죄의 정도가 같지 않니? 소문을 말하는 사람이나 들어주고 받아주는 사람이나 죄의 무게는 같단다. 그러니 절대 남의 말하는 자 곁에서 떨어져라. 그리고 너는 부디 좋은 말, 선한 말, 남을 살리는 말만 하고 살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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