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를 업그레이드하라
칸쿤의 바다는 여전히 매혹적이었다. 비취빛의 신비로운 색깔이 수평선으로부터 해안선에 이르기까지 마치 스펙트럼에 걸러진 것처럼 그 색상이 다양하게 변하고 있었다. 정말 세계적인 휴양지로서 손색이 없는 바다였다. 겨울을 맞아 미국 및 유럽에서 찾아온 관광객들로 호텔마다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지만, 대서양 카리브 해의 비취색 바다는 도도한 자태를 뽐내며 뜨거운 태양과 함께 칸쿤의 향취를 마음껏 뿜어내고 있었다.
작년에 비해 도시는 많은 안정을 찾고 있었다. 도로의 가로수들도 잘 정비되어있었고, 곳곳마다 건축크레인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새로운 호텔건축에 여념이 없었다. 고통을 당하는 순간에는 그 마음에 지옥이 영원할 것 같지만, 모든 것은 지나간다. 고통을 참고 시련을 인내하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는 자에게 모든 환난은 잠시잠깐일 뿐이다. 먹구름을 헤치고 나오는 태양처럼, 기나긴 겨울을 잠재우고 약동하는 봄의 기운처럼, 우리가 시련과 고통 중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인내하기만 하면 반드시 사막에 강이 나고 황무지에 꽃이 피는 희망의 계절이 도래한다.
밟아도 밟아도 죽지 않고 소생하는 잡초처럼, 무수한 전쟁, 천재지변을 당하면서도 다시 도시와 국가와 문명을 재건하는 인류의 생명력을 보지 않는가. 천재지변의 참화를 딛고 칸쿤이 되찾은 도시의 활력을 보며, 우리가 우리 앞에 놓인 작은 상황에 마음을 뺏겨 인생 전체를 그르치는 일이 없어야 함을 새삼 느낀다.
우리는 미국 L.A에서 칸쿤으로 가는 직항 편으로 멕시코에 입국했다. 대서양 카리브 해의 뜨겁고 습한 기운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공항을 나와 보니 우리를 맞으러 나와야할 이현숙 선교사나 칸쿤의 목회자들이 보이질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들은 우리가 멕시코시티를 거쳐 국내선으로 들어오는 줄 알고 엉뚱한 게이트에 가있었다고 한다.
이현숙 선교사와 필라델피아의 김성자 전도사, 그리고 우루과이의 라구나, 몬테레이의 엑토르 전도사, 과테말라의 힐베르또 목사, 칸쿤의 헤르손, 헤라르도, 핀토 목사 등 반가운 얼굴들이 우리를 환영해주었다. 숙소에 여장을 풀고 기쁨으로 함께 저녁식사를 하였다.
이튿날 아침, 목사님은 칸쿤 도착 일성(一聲)으로 ‘기도를 업그레이드하라’고 말씀하셨다. 아침식사를 위해 우리 일행과 칸쿤의 집회 준비팀이 모인 자리에서 목사님은 기도의 범위를 넓힐 것을 주문하셨다.
“사람은 내가 기도한 범위 내에서 살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과 자신의 가정에, 좀 더 나아가서 일터에 기도의 범위를 한정짓고 살아간다. 그러기에 그의 삶이 늘 그 범위 내에서 맴돌게 되는 것이다. 또한 생각도 그 범위 안에 국한되기 때문에 인생을 폭넓게 확장해갈 수 있는 많은 기회들을 상실한다. 그들은 자신과 자신의 가정, 자신의 사업만을 바라보기 때문에 국가나 사회, 세계를 바라보지 못한다. 기도의 국경을 넓혀라.
나는 세계를 바라보며 기도했다. 세계교구를 꿈꾸며, 세계의 영혼들을 위해 기도해왔다. 그랬더니 내 삶의 영역이 세계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내가 어떻게 기도하느냐에 따라 내 삶의 범위가, 내 인생의 바운더리가 결정된다. 기도를 업그레이드하라. 그러면 내 인생이 업그레이드된다. 하나님의 자녀답게 시야를 넓히고 새로운 세계를 향한 꿈과 비전을 가져라. 도전하라.”
힘차게 파도치는 대서양의 도도한 바다를 바라보며 외치시는 목사님의 음성이 세계를 품을 듯한 기세로 넘쳐보였다. 덩달아 우리도 새로운 도전과 의욕에 힘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집회 장소는 작년에 가졌던 야구장이 수리에 들어가 다른 장소로 옮겼다고 했다. 현장에 도착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는 작은 축구장이었다.
그러나 야외집회 때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악한 마귀는 반드시 우리의 마음을 흔들어놓는다. 집회 첫날이면 꼭 낮에 비를 뿌려댄다. 그러니 집회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두려움이 생기지 않겠는가. 집회는 배설해 놓았는데 비가 쏟아져버린다면 그야말로 낭패기 때문이다. 악한 마귀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의 마음을 절망과 낙심으로 끌고 가려한다. 하나님의 일을 못하게 하려한다.
그러나 무수한 야외집회를 겪으며 단 한 번도 비 때문에 집회를 못하게 된 경우는 없었다. 그때마다 비를 멈추시는 하나님의 영광을 맛보았다. 오히려 이로 인하여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났고,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것을 입증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 악한 마귀의 궤계도 결국 강한 믿음을 소유한 자 앞에서는 역전의 드라마를 쓰게 하는 도구에 불과함을 새삼 느낀다.
이날도 어김없었다. 집회를 앞두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간절히 기도했다. 비를 멈춰달라고. 동일한 상황을 늘 경험하면서도 마음 한편에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그러기에 더욱 간절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 기도를 마치시고 집회장으로 향하기 위해 차를 기다리던 목사님은 ‘왜 빨리 차가 오지 않느냐’고 성화셨다고 한다. ‘비가 와서 좀 기다렸다 시작해야할 것 같아서 차를 좀 천천히 오라고 했다.’는 현지 목사의 말에 목사님은 단호히 말씀하셨다.
“무슨 소리인가? 나는 분명 집회 3일간 비가 오지 않고 청명한 날씨를 달라고 기도했다. 기도했으면 받은 줄 알아야 할 것 아닌가? 기도해 놓고 믿지 않는다면 어떻게 하나님이 역사하실 수 있겠는가. 걱정 말고 가자. 이 비는 멈출 수밖에 없다. 예수 이름 앞에 하늘의 것과 땅의 것, 땅 아래의 것들이 다 복종하게 되어 있으니까.”
정말 그 후로 집회가 마치는 날까지 단 한 방울의 비도 내리지 않았다. 구름만 꼈다 흩어졌다 할 뿐이었다. 집회 3일을 모두 마친 다음날 아침 바다 위로 쏟아지는 비를 보며 라구나가 말했다.
“목사님의 기도에 천사들이 비를 붙잡고 있다가 이제야 놓았나봅니다!”
라구나의 이 말에 함께 있던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현장에서 이 집회의 시종(始終)을 목격한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나님을 경험한 자는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이 경험은 우리를 위기 앞에서 강하게 만들고, 핍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게 하는 믿음의 견고한 성이 된다. 그래서 고난이나 핍박도 우리에겐 유익한 것이다. 하나님을 경험하는 기쁨과 함께 그렇게 2007년의 첫 해외집회는 시작되고 있었다. 2007년도 늘 그래왔듯이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보호하심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