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하여
멕시코 베라크루즈의 밤, 창문 밖으로 바다는 심히 요동하고 있었다. 잠자는 바다를 깨우는 거센 폭풍우로 바다는 거친 숨을 몰아쉬는 듯했다. 그 와중에 큰 화물선 한 척이 요동치는 바다를 뚫고 출항에 나서는 모습이 보였다.
나는 그 배를 보면서 깊은 상념에 젖었다.
‘저 배는 이 험한 비바람을 가르고 어디로 가는 것일까. 왜 이 폭풍우가 몰아치는 밤바다를 헤치고 떠나려는 것일까. 그 누가 기다리기에 밝은 날을 기다리지 못하고 이토록 서두는 것일까.’
나의 상념의 답은 이랬다. ‘그래, 저 너머 저 화물을 애타게 기다리는 화주(貨主)들이 있구나. 그들이 저 화물선을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구나. 출발이 고요했다고 내내 잠잠한 바다를 간다는 보장이 없지 않은가. 기나긴 항해를 하는 동안 이 같은 폭풍우를 다시 만나지 말라는 법이 없지. 저 배는 이 정도의 폭풍우는 겁나지 않은 게야. 넉넉히 이길 힘이 있는 게야.’
폭풍우를 뚫고 가는 저 배가 내 모습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밤바다 같은 험한 길을 헤치며 달려왔다.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밤, 나를 내리치려 아우성치는 폭풍우를 뚫고 나는 오직 목적의 항구를 향하여 항진했다. 더러는 나더러 ‘새벽이 되면 떠나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나는 지체할 수 없었다. 나를 기다리는 뭇 영혼들, 그것이 주님과의 약속이었기에 나는 거친 파도를 가르며 항해 길에 오르곤 했다. 주님이 등대가 되사 나를 인도하시고 거센 파도도 잠잠케 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내겐 두려움이 없다.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나는 오늘도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