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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8호 목차 › 붕우칼럼

냄비근성을 버려라

188호 · 2003-10-02

옛날에 양은냄비가 주를 이루던 시대가 있었다. 양은냄비는 밑면이 얇아 금방 끓기도 하지만, 또 금방 식어버린다. 그러나 세상이 발달하다보니 냄비도 양질화되었다. 삼겹, 오겹 냄비가 나와 그동안의 불편함을 해소해 준 것이다.

냄비근성, 이 말은 우리민족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무엇이든 ‘우싸’ 하는 감정으로 동요도 잘 하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잊기도 잘 한다. 그것이 반도적 특성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러나 이제 이런 일시적이고 충동적인 속성은 버릴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일을 시작함에 있어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획하며 진행하는 자세가 21세기에 합당한 태도가 아닐까? 쉽게 달아오른 냄비는 쉽게 식는 법이며, 음식도 타게 되어 있다. 일이 망가진다는 말이다. 탄 음식을 먹을 수 없듯이, 손실도 많다.

햇빛이 하나의 초점을 두고 오랜 시간 쪼여질 때 불꽃이 이는 법이다. 단시일 내에 무엇인가를 이루려는 조급함은 이제 버릴 때가 되었다. 이 속성이 현재의 발전을 이루는 데 지대한 영향을 끼치긴 했으나 낭패를 가져다 준 것도 사실임을 감안할 때, 이제 견고한 기틀을 다지는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

IMF, 그 어려운 시기를 우리는 역량을 발휘하여 이겨냈다. 금을 내다 팔고, 자중하며 전세계가 경악할 만큼 똘똘 뭉쳐 난관을 이겨냈다. 그런데 벌써 그것을 잊었다. 다시 경제가 흔들리다 못해 하강(下降)하고 있다. 민족이 다시 결집해야 한다. 민족적 결집이란 순간적인 것이 아니라 꾸준히 지속되어야 나라가 바로 서는 것이다. 마치 믿음이 영원해야 그 나라에 입성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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