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시를 무시하는 자 재앙을 면할 수 없다
지난 러시아 집회 때의 일다. 첫 집회 도시인 칼리닌그라드에 도착한 우리는 집회를 배설한 그레고리 선교사의 안내에 따라 여장을 풀기 위해 숙소로 이동했다. 그리하여 도착한 곳은 집회장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숲 속 으슥한 곳에 자리한 개인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2층 짜리 호텔이었다. 그러나 도착순간부터 분위기가 음산한 게 2층 우리 일행이 묵을 방을 내주는데 여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화는 물론 팩스까지 없는 상황에서 집회장과도 멀리 떨어져 있는 상황은 조금 부담스럽기까지 했다. 교단 본부와 연락이 원활하게 닿지 않는다면 시시각각 접수되는 교단과 선교 상황들은 또 어떻게 처리하란 말인가!
그렇지만 그런 내 사정을 집회 관계자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혹여 '복음을 전하러 이곳까지 와놓고는 잠자리나 탓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는 않을까?'하는 생각에 대놓고 말은 못하고 애써 그런 마음은 지워버리기로 했다. 하기사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벼룩들과 씨름하느라 밤을 온통 하얗게 지새웠던 눅눅한 방도, 심지어 연탄 가스가 새어 들어오는 옥탑방도 마다하지 않았던 내가 아니었던가!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는 사우나를 다녀오는데 그날따라 이상하게 성령은 계속해서 '그곳을 떠나라'는 감동을 거듭해서 주시는 것이었다.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지만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하면 어찌되는 가를 너무도 잘 아는 나였기에 곧바로 사우나를 마치고 올라오면서 마음을 굳혔다.
'그래, 성령께서 인도하시는 대로 따르는 거야!'
그리하여 숙소를 옮기려고 그레고리 선교사를 불러 들였다. 그런데 이 말을 전해 듣던 그가 갑자기 손사래를 치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어휴, 목사님. 한 번만 재고해 주십시오. 그러다간 이 집 여주인이 시험 들기 십상입니다."
사정인즉 지난번에 이 집에 묵기로 되어 있었던 독일의 어느 목사가 돌연 숙소를 변경하여 낭패를 당하였던 이 집 여주인이 그나마 마음을 되돌려 들어오는 예약도 마다하고 이렇게 우리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리 마저 그냥 나가버린다면 어찌되겠냐는 것이었다.
한 영혼을 구제하는 셈치고 숙소에 그냥 남아달라는 소리를 듣자니 목사의 양심에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그래 한 영혼을 살리는 일이라면....'
그러나 그렇게 하여 그 사람의 마음은 얻었을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결국 문제가 되었다. 그 호텔에서는 장작을 가지고 아래층 사우나의 불을 때고 있었는데 공교롭게도 그 때 발생한 가스가 내가 자고 있는 방에 대량 유입되는 사고가 발생하고 만 것이었다. 결국 잠자는 와중에 속수무책으로 그 가스를 흡입한 나는 가스에 중독되어 실신 일보 직전까지 이르게 되었다.
머리는 마치 핏줄이 터진 듯 한쪽 전체가 죄어 오고, 계속해서 구토 증세가 나는가 하면, 가슴이 갑갑하여 온 몸에 힘이 하나도 없고 어지럽기만 한데 집회를 인도하기도 전에 몸이 이 지경이 되었으니 어찌되었겠나! 간신히 몸을 추슬러 거의 여덟 시간을 기도한 끝에 겨우 몸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이 때문에 집회 기간 동안 얼마나 힘들었던가를 생각하면 저절로 고개를 젓게 된다.
이 모두가 알량한 인정에 현혹되어 성령의 감동하심을 따르지 않은 대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하나님께서 모 목사 사모의 꿈을 통해 이러한 일을 미리 계시하셔서 교단의 모든 성도가 나를 위해 금식하며 기도해주었기에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게 된 것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에겐 반드시 계시가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러한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하면 재앙의 덫을 피해갈 수 없다. 성도들이여 하나님의 계시를 무시하지 말고 순종하여 늘 승리하는 삶을 살도록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