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하게, 온전히!
우리는 흔히 ‘믿음이 큰 사람’ 하면 떠올리는 모습이 있습니다. 해박한 성경 지식을 가진 사람, 오랜 세월 교회를 다닌 사람, 교회에서 직책이 높은 사람입니다. 분명 그것은 귀한 믿음이며,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모습이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사복음서를 통해 예수님께서 직접 ‘큰 믿음’이라고 칭찬하신 인물들을 깊이 묵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스라엘 중 아무에게서도 이만한 믿음을 보지 못하였노라”(마8:10)고 인정받은 가버나움의 백부장, 그리고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마15:28)라고 칭찬받은 수로보니게 여인입니다.
이방인이었던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끝까지 ‘겸손’했고, 예수님만이 모든 것을 이루실 수 있다는 사실을 ‘온전히’ 믿었다는 점입니다.
가버나움의 백부장은 로마 군인이었습니다. 당시 로마는 유대인들을 억압하던 강대국이었고, 그는 약 100여명의 병사를 거느리는 막강한 권력을 가진 장교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가 병든 종 하나를 위해 예수님 앞에 나옵니다. 자신의 권력을 내세우지도, 군인으로 명령하지도 않았습니다. 하나님만 바라는 한 인간의 모습으로 예수님 앞에 겸손히 섰습니다. “주여, 말씀만 하옵소서.” 백부장은 예수님의 권세를 온전히 믿었습니다. 직접 오시지 않아도, 손을 얹지 않으셔도, 말씀만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을 진짜로 믿었고, 예수님은 그를 칭찬하시며 기적을 행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그의 믿음을 칭찬하신 이유는 대단한 종교적 업적 때문이 아님을 기억해야 합니다. 자신의 지위를 내려놓고 오직 예수님의 권세만 인정하고, 신뢰했기 때문입니다.
수로보니게 여인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귀신 들린 딸을 살리기 위해 예수님께 나아왔지만, 예수님께서는 “자녀의 떡을 개들에게 던짐이 마땅하지 않다”는 말씀까지 하셨습니다. 인간적으로 보면 상처받고 돌아설 상황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물러서지 않습니다. 먼저 자신의 연약함을 인정했습니다. 그리고 이 문제를 해결하실 분은 오직 예수님뿐이라는 사실을 붙들었습니다.
“개들도 제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나이다.”
그녀에게는 바닥까지 낮아져도 전혀 상관없는 절박함과 겸손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자비와 은혜를 끝까지 붙드는 온전한 믿음이 있었습니다. 결국 그녀는 딸의 문제를 해결할 뿐 아니라, 예수님께 “큰 믿음”이라는 칭찬까지 받게 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큰 믿음은 종종 ‘내가 얼마나 하는가’에 귀결되기 쉽습니다. 주의 일을 많이 하고 있다는 스스로의 만족감,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내가 성경을 이만큼 안다는 은근한 자부심은, 우리가 스스로 깨어 있지 않으면 어느새 마음 깊은 곳에 스며듭니다.
하지만 기억합시다! 하나님이 인정하시는 믿음은, ‘내가 한 것’들에 대한 자랑스러움이 아닌, ‘하나님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 내가, 하나님의 하실 일을 온전히 갈망하는 마음’에 있음을! 겸손하게, 그리고 온전히! 하나님께서 오늘날에도 인정하실 진짜 믿음을 소유하는 우리가 됩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