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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르무즈 해협의 국제정치학

1354호 · 2026-04-19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은 2020년 9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중재로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사이에 체결된 외교 정상화 협정으로서 이후 모로코(2020년 12월)와 수단(2021년 1월)까지 합류하였습니다. 협정의 공식 목적은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의 평화 유지, 경제 협력 확대, 그리고 안보 협력 강화에 있으며, 이는 중동 지역의 기존 질서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문제가 배제된 채 진행되면서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이 실리적 관계를 맺는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되었고, 특히 수니파 아랍 국가들의 새로운 결속은 이란을 중심으로 하는 시아파 국가와 그 추종 세력에게 위협으로 인식되어, 현재의 갈등과 충돌로 이어진 것입니다.

현재 이란 측에서 자국의 방어를 위하여 통제하고 있는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이며, 서남아시아 지역에서 분쟁이 있을 때마다 중요한 병목지역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이에 따라 1980년대 이란-이라크 전쟁이 격화되던 시기부터 사우디아라비아는 홍해까지 연결되는 이스트웨스트 원유 파이프라인(East–West Crude Oil Pipeline, 일명 Petroline)을 가동하여 하루 최대 500만~700만 배럴을 수송해왔고, UAE는 아부다비-푸자이라 파이프라인(Abu Dhabi Crude Oil Pipeline, ADCOP)을 통해 하루 약 160만 배럴을 수송하고 있으며, 이라크-터키 파이프라인 역시 정치적 위험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유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들 대체 경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 공급 충격을 완화할 수 있으나, 총 수송 능력은 하루 약 1,000만 배럴 수준으로 세계 시장 수요를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부족합니다.

따라서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봉쇄될 경우, 유럽 국가들은 상기 파이프라인을 통한 원유 공급을 확대할 것이며, 아시아 국가들은 미국산 셰일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 구매를 크게 늘려 새로운 공급망을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이로써 1970년대 오일쇼크와 같은 급격한 가격 폭등은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겠지만, 대체 경로의 수송 능력이 제한적이기 때문에 가격 변동 위험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에 따라 시장 참여자들은 당분간 지정학적 긴장과 기회비용을 부담해야 하며, 최종적으로 변화된 균형점을 찾게 되면 투입되었던 파괴 및 복구 비용, 그리고 비효율에 기인한 부대비용까지 반영된 새로운 원가를 지불해야 할 것입니다.

따라서 미국 입장에서 금번 분쟁의 목적은 이스라엘의 자위권 지원이나 이란의 핵 능력 제거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새로운 에너지 공급국가로서의 위상을 굳건히 하고자 하는 전략적 목표에 있다고 판단됩니다.

임윤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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