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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8호 목차 › 붕우칼럼

고운 모래가 되리라

1328호 · 2025-10-19

‘오 모래여 오 모래여 내 사랑 모래여/ 나만이 아는 당신의 희생의 사랑에 할 말을 잊었다오/ 이것의 파도의 고백이라오/ 당신의 모래, 나는 파도/ 당신은 배요 나는 노라오/ 우리는 예수가 맺어주신 영원한 천생연분이라오/ 오 사랑 오 사랑 우리는 사랑뿐이라오/ 지치고 상한 몸 안식이 있다면 오직 당신의 품이라오/ 영원히 당신만을 당신만을 당신만을 사랑하리라’

목회 초, 제주도 중문단지에서 세차게 밀려드는 파도를 품에 안는 모래를 보며 지은 시다. ‘나도 주님처럼 모래 같은 자가 되어 거친 파도도 잠재우고 안아보리라’는 큰 뜻이 있었다.

목회 40여 년, 나는 이제 입자가 커서 거칠거칠한 모래가 아닌 입자가 곱디 고운 모래가 되려고 한다. 모래가 고울수록 모래 위를 걷는 자들의 발이 편하지 않겠나. 나로 인하여 누군가 더욱 편해진다면 고운 모래로 능히 살 수 있으리라.

또한 모래가 고울수록 밀려오는 파도를 더 꼬옥 감싸고 품을 수 있다. 세파에 시달린 자들을 품고, 파도처럼 노를 발하는 자들을 품고, 지친 자들을 품고, 병든 자들을 품고, 가난하고 외로운 자들을 더욱 꼬옥 품으리라.

고운 모래는 시멘트와 섞어 벽을 미장하는 데 사용된다더라. 나로 인하여 교회가, 사회가 아름다울 수 있다면 나는 거친 시멘트 같은 사람, 나를 헐뜯는 사람도 용납하고 하나가 되리라.

그러나 고운 모래가 그냥 될까? 더 바람에 깎여야 하고, 더 풍파를 견뎌야지. 내가 가진 것들이 더 깎여 나가는 아픔을 견뎌야지. 내 자존심, 내 지식, 내 경험, 내 자아…. 더 낮아져야 하고, 더 겸손해야 하고, 더 사랑해야 하고, 더 용서해야 하고…. 그래서 고운 모래가 되기는 쉽지 않다.

그래도 나는 곱디 고운 모래가 되리라. 우리 주님이 우리를 용서하듯 용서하고, 우리 주님이 우리를 사랑하듯 사랑하고, 우리 주님의 우리를 품에 안 듯 나도 그리되리라.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그러면 너희 마음이 쉼을 얻으리니”(마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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