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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호 · 2025-04-12

지난 2022년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평화통일 기도성회를 개최했던 때의 일입니다. 우리 교회는 1990년대 초 올림픽공원을 예배처소로 써왔기 때문에 아주 친숙한 곳이기도 하죠. 그러나 설립 연도가 오래다 보니 각종 시설이 노후화되어 이곳을 사용할 때마다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특히 전광판이 속을 썩였습니다. 체육관 시설팀 측은 통상 대관하는 행사 주체들이 대부분 LED를 따로 설치하기 때문에 굳이 낡은 장비를 돈을 들여가며 교체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우리도 LED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런데 총회장 목사님께서 예상외로 LED 설치를 허락지 않으셨고, 실상을 보고드렸으나 없어도 무방하시다는 겁니다. 그러나 요즘 성도들은 모두 영상기기를 통해 성경말씀이나 찬양가사를 보는 게 익숙해 있기에 목사님이 생각하시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였습니다. 생각하면 할수록 만일 당일에 화면이 오작동을 일으켜 말썽을 피우면 모든 화살이 영상 책임자인 저에게 돌아올 것은 자명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 가서 테스트해보니 화면이 수시로 끊어지며, 화면 곳곳이 깨져 보이거나 줄이 가는 것이었습니다.

목사님께 배운 것은 오직 기도. 체육관 설치를 마치고 밤늦게 집으로 귀가하다 인천교회로 들어가 간절히 부르짖어 기도하기를 이틀. 설상가상으로 체육관 측에서는 각종 현수막 설치에 방염허가증을 받아야 할 수 있다고 가로막고 나섰습니다. 시간은 촉박하고 정말 모든 게 위기였습니다. 아무런 현수막을 걸지 못한다면, LED가 속을 썩인다면 저는 존재할 이유가 없는 사람인 겁니다. 기도하러 들어갔는데 어둠 속에서 그냥 방언으로 배 창자가 끊어질 정도로 기도하고 또 기도했습니다. 절박해지니 우리 말 기도조차 안 나오고 그냥 ‘아부지, 알랄라라’만 나오더군요.

그런데 둘째 날 밤, 깊이 기도하는 가운데 점차 힘이 주욱 빠지면서 하나님께 뭘 구하는 마음보다는 지금 하나님과 함께하고 있다는 기쁨과 감격만이 제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래, 그게 어찌 된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도 없고, 그저 지금 하나님과 함께하니 기쁘고 감사하구나!’ 하는 마음이 가득해지는 겁니다. 전혀 걱정도 되지 않고 가슴이 뿌듯하고 충만한 기분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다음날 오후 늦게부터 마치 거짓말처럼 현수막이 실내 곳곳에 설치되었고, 성회 당일 아침, 전광판 쪽으로 올라가 전광판에 손을 대고 간절히 기도한 게 다였는데, 그날 밤, 목사님이나 성도님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셨겠지만, 성회 내내 LED 전광판은 아주 선명하게, 잡티 하나 없이 잘 나왔습니다. 더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하나님은 문제가 아니라 ‘우리와 함께하길 원하신다’는 사실을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Henr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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