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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빼기

1241호 · 2024-02-18

명절 기간 오랜만에 조카를 만났다. 요즘 테니스에 빠져있단다. 그전에 3개월 정도 골프레슨도 받고 연습도 열심히 해보았지만, 어깨도 너무 아프고 별다른 진보가 보이지 않아 테니스로 갈아탔는데, 이 역시 어깨에 자꾸 힘이 들어가 생각만큼 잘 안된단다. 골프레슨 받을 때 티칭프로가 힘이 너무 들어간다고 늘 지적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며 한숨이다.

사실 완력을 써야 하는 운동이 아닌 이상 대부분의 스포츠, 특히 공을 다루는 스포츠는 유연한 허리 회전이 가능하도록 근육의 긴장, 곧 힘을 빼라고 강조한다. 특히 골프는 힘이 빠져야 스윙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수영을 배울 때도 물속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힘이 빠져 늘어질 정도가 되면 저절로 물에 뜬다. 힘을 빼는 것이 참 중요한데, 그 힘이라는 것이 결국 내 생각에 따른 것이다. 내가 하려는 생각,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이 없는데도 이렇게 하면 될 거라는 연약한 자기 논리로 움직이는 얕은 처방과도 같다. 그걸 고집하면 절대 진보는 없다.

신앙생활도 마찬가지인 듯싶다. 내 생각이 살아있으면, 내 고집이 앞서면 결코 하나님을 경험할 수 없다. 성경에 모세가 출애굽의 역사를 이끄는 주인공이 되기까지 40년을 미디안 광야에서 양을 치며 살았다. 하나님은 기력이 팔팔했던 40대의 모세를 쓰신 것이 아니라 기력이 쇠한 80의 노인네를 일으켜 세우셨고 그나마 못하겠다고 손사래 치는 노인네를 떠밀다시피 애굽으로 보내셨다. 기력도 다 빠지고 뭘 해보려는 의욕조차 없던 80의 노인네, 그렇게 힘이 다 빠진 상태가 되기까지 하나님은 기다리셨다. 내 생각, 내 고집, 혈기, 이런 것들이 다 빠지고 빈 그릇이 되어야 하나님이 채우실 공간이 만들어지는가 보다.

목사님의 해외선교 사역을 보아도 그렇다. 가까운 동아시아지역 정도야 큰 어려움이 없을 수 있지만, 남미 같은 지구 반대편의 먼 지역을 다니는 일은 정말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 장시간의 비행이나 시차를 극복하는 일이 실상 현지에 도착해서 진행하는 일보다 더 부대낀다. 그런데 목사님의 해외선교 사역은 50대 때부터 진행되었다. 지금 되돌아보면 그 연세도 참 젊었다 싶지만, 그 당시만 해도 워낙 힘든 여정이었기에, ‘하나님도 참, 팔팔하시던 40대에 보내시지 왜 한해 한해 달라지는 연세에 그 먼 나라로 보내실까?’ 하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 그런데 성경을 보니, 한 시대의 맥을 그은 종들을 보니 그들이 겸손하게 하나님의 도구로 쓰임 받게 되기까지 하나님과 풀어가야 할 저간의 사정들이 있었던 것 같다.

힘을 빼자. 그리고 하나님께 맡기자. 내 생각, 내 고집 내려놓고 나의 그릇을 비우자. 하나님께서 마음껏 채우실 수 있도록, 나를 당신의 도구로 마음껏 사용하실 수 있도록. 목사님이 말씀하시듯, 빈 그릇이 가장 큰 그릇이다.

Henry 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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