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죽음을 보며
지난 19일,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96세를 일기로 세계 각국 정상들과 영국인들의 배웅을 받으며 영면에 들었다.
나는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의 서거와 장례식을 인터넷 생방송으로 계속 지켜보면서 생각이 깊었다. ‘역시 영국은 영국이야. 대국답네.’
여왕의 장례식에는 세계 200여 국의 정상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한때 식민지배를 받았던 나라의 정상들부터 지금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에서까지 여왕의 장례식에 참석했다. 한 세기 동안 쌓아온 여왕 개인에 대한 존경심도 있겠지만, 나는 이것이 영국의 저력이요, 국제적 영향력이라 생각한다. 과연 그 저력과 영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나는 잘 유지되어 온 역사와 전통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역사와 전통은 나무의 뿌리와 같다. 몇백 년 된 나무는 겉만 아름드리가 아니라 뿌리도 아주 깊게, 아주 넓게 자리하고 있다. 그래서 나무는 잘라낼 수 있을지 몰라도 뿌리까지 다 걷어낼 수는 없다. 뿌리가 살아 있으면 나무는 살아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원뿌리와 잔뿌리에 대해 자주 말한다. 원뿌리는 민족의 정체성이다. 그것은 곧 전통이요 역사다. 그리고 잔뿌리는 원뿌리를 받드는 국민들로, 그들의 역량으로 나무인 나라가 성장 발전하는 것이다. 한때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였다. 그러나 현재 영국은 브렉시트(Brexit) 이후 경기 침체, 흔들리는 영연방 등 불안한 현실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나는 원뿌리가 건재하기에 그렇게 쉽게 무너질 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요즘 젊은이들은 전통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마치 그것이 구시대적인 것처럼 생각한다. 그러나 그건 오해다. 이 시대는 변화를 요구하나 근본이요, 근간까지 흔들고 뽑아내서는 안 된다. 근본 없는 집안을 무시하듯 근본 없는 나라 역시 무시 받고 온전히 설 수 없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고, 뿌리가 깊은 나무가 넘어지지 않는 법, 나는 이 땅의 젊은이들이 역사와 전통을 기본에 두고 변화의 물결을 헤엄쳐서 세계에 우뚝 서는 대한민국을 만들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