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서
며칠 전, 청구서가 하나 날아들었다. 보니까 이전에 살던 아파트관리비다. ‘지난 1월에 이미 서울로 이사 나왔는데… 무슨?’ 하고 들여다봤더니, 아뿔싸! 아파트관리비를 카드로 자동 결제되게 해두었는데, 아 글쎄 해지 신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혹시나 해서 이전 내역서들을 들춰보니 지난달에도 역시 관리비가 결제되어 통장에서 자동으로 빠져나가 있는 것이었다.
카드 회사에 확인해보니 전산상의 오류였단다. 정말 ‘설마가 사람 잡는다’더니 이렇게 ‘설마’ 했던 일들이 언제든 나에게도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이 일을 통해 생각이 깊어졌다.
해지 신청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으면 언제든 내게로 청구서가 날아오듯, 지금 단호히 끊어버리지 못한 모든 것들에 대한 청구서들도 반드시 나를 찾아오게 될 것이다. 죄에 대한, 게으름에 대한, 충성되지 못함에 대한 청구서 말이다. 이것들이 나의 인생에 발목을 잡고 손해를 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몇 해 전, 구리 함유량이 높은 10원짜리 옛날 동전 7억 원 가량을 녹여서 구리를 추출한 다음, 이것을 팔아 20억을 벌어들인 사람들이 있었다. 내심 ‘참 지혜로운 사람들이네.’ 하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모조리 붙잡혔다. ‘화폐관리법 위반’이란다. 내 돈이라고 이렇게 막 다루면 범죄자가 된다. 우리는 국가라고 하는 진짜 돈 주인에게 화폐를 잠시 빌려 쓰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내 시간이라고, 내 달란트라고, 하나님 법을 떠나 마구 사용하면 이 또한 처벌의 대상이 된다. 우리는 하나님의 소유다. 내가 주인이 아니다. 참 주인은 따로 계시다. 우리는 잠시 하나님께서 맡기신 것을 관리하는 청지기에 불과하다. 내 것이 아니기에 대충해도 된다고? 아니다. 하나님의 것이기에, 그리고 그 책임을 반드시 물으실 것이기에 더욱 최선을 다해야 한다.
신학교 강의를 앞둔 필자에게 이시대 목사님은 이렇게 권면해주셨다.
“잘하려고 하지 말고…, 더욱 잘하려고 해!”
총회장 목사님께서도 역시나 이렇게 주문하셨다.
“내가 모르면서 남을 가르치는 것은 위선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해야 한다!”
나는 총회장 목사님을 통해 오직 진실만을 배웠다. 위선과 가식은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으셨다. 그래서 교단의 여느 목회자들처럼 스승의 발자취를 닮아가려 늘 몸부림친다. 내가 보낸 시간들에 대해 청구서가 날아들 것이기에…. 당신에게도 청구서는 날아들 것이다. 반드시!   
“불의를 하는 자는 그대로 불의를 하고 더러운 자는 그대로 더럽고 의로운 자는 그대로 의를 행하고 거룩한 자는 그대로 거룩되게 하라, 보라 내가 속히 오리니 내가 줄 상이 내게 있어 각 사람에게 그의 일한대로 갚아 주리라”(계22:11~12).
신현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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