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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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호 목차 › 성경 에세이

약속은 생명이다

1111호 · 2021-08-22

여보게!

어느 날 어느 기업의 CEO와 공을 치기로 했네. 그런데 그 대신 전무가 먼저 와서 나를 기다리다가 말하기를 “저희 회장님이 팔을 다치셔서 조금 늦으실 것 같습니다. 죄송하다는 말씀 대신 전해드리라고 했습니다.”라고 했네. 그리고 조금 후에 그 회장이 도착했는데, 그는 “목사님, 죄송합니다. 팔을 다쳐서 공을 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목사님 공치는데 함께 걷겠습니다.”라고 말하더군. 내가 그럴 것 없다고 해도 그는 그날 라운딩하는 나와 끝까지 함께 했네. 나는 ‘이 사람은 된 사람이구나.’ 하고 그를 다시 봤다네.

여보게!

영조(英祖) 때 10년이나 호조판서를 지낸 정홍순이라는 사람이 있었네. 어느 날 임금의 동구릉 행차가 있다 해서 정홍순도 많은 구경꾼 틈에 끼여 구경을 하고 있었지. 마침 이때가 우기인지라 갑자기 비가 쏟아졌는데, 정홍순은 우립을 준비했기에 당황하지 않았네. 그것도 두 개씩이나 말일세. 우립이 없는 자를 위한 배려였지. 정홍순은 비를 맞고 있는 어느 젊은 선비에게 우립 하나를 다음 날 돌려받겠다는 약속을 받고는 빌려줬지. 그런데 사흘이 지나도 젊은 선비가 우립을 돌려주지 않자 정홍순은 직접 찾아 나섰다네.

찾아갔더니 선비는 우중에 사돈이 와서 빌려드렸으니 사흘만 더 기다려달라고 했네. 그 사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자 정홍순은 그 선비를 다시 찾아갔네. 그런데 방귀 뀐 놈이 성낸다고 그 젊은 선비 하는 말, “낡은 우립 하나 갖고 참 극성이오. 내가 장사가 지나가면 하나 사드리겠소.” 그러자 정홍순은 “내가 돌려받고 싶은 것은 우립이 아니라 신의요.” 하면서 그 젊은 사돈네 집까지 찾아가 그 우립을 찾아왔다네.

세월이 흘러 정홍순이 호조판서로 있을 때, 호조좌랑이 신임인사를 하러 들어왔는데 어디서 본 얼굴인 거야. 기억을 더듬어보니, 20년 전 우립을 돌려주지 않았던 바로 그 선비였네. 정홍순은 그를 보고

“하찮은 우립 하나를 두고도 신의를 못 지키는 자에게 어떻게 나라의 큰 돈주머니를 맡기겠는가?” 하며 그를 돌려보냈다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자가 신용불량자야. 약속은 생명이거든. 그러니 약속에 신중하고, 약속했거든 무슨 일이 있어도 꼭 지키게나.

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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