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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잃은 자의 괴로움

1089호 · 2021-03-21

주의 일을 하는 것, 목자로서 돌봐야 할 양 떼가 있다는 것!

그간 누려왔던 당연한 것들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 값지고 가장 귀한 것임을 깨달았다.

이러한 교훈은 바쁘게만 살아왔던 필자에게 예고도 없이 불쑥 찾아왔다.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극심한 피로감과 무력감, 순식간에 13kg이나 쪼그라든 체중, 길을 걷다가 혹은 운전 중에도 겪게 되는 갑작스런 어지럼증과 두통, 그리고 소화 장애와 구토 증세들은 급기야 어찌어찌 겨우 버티고 있던 일상을 파괴했다.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정든 목회 현장을 떠나야 했던 것이다!

사실 건강 이상에 대한 경고는 예전부터 수차례 주어졌었다. 총회장님을 통해, 그리고 가족과 기도해주시는 여러분들을 통해…. 그러나 그 경고의 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은 결과, 경고가 예견했던 원치 않은 결과를 온몸으로 직접 체험하게 되고야 말았다.

처음엔 ‘목회 31년째에 주어진 안식년이란 선물’이라 여기고 그저 감사하고자 했다. 이를 계기로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기회로 삼기로 했다. 하지만 이것은 건강을 돌보지 않았던 지난날의 어리석음을 신앙의 언어로 포장한 거짓된 자기 위로일 뿐이었다. 건강을 잃은 자에게 더 이상 일상의 기쁨을 만끽할 자유는 주어지지 않았다. 양 떼를 잃은 목자의 심정은….

회복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의지를 벗어난 무기력한 몸은 잠시잠깐 틈이라도 보일라치면 상처받은 자존감을 사정없이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 시일이 지나도 회복이 더디자 이제는 조급증이 찾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일상으로 복귀하고자 하는 열망을 결코 꺾을 수는 없었다.

주께서 주신 귀한 목사의 사명을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수시로 격려해주시는 총회장님의 기대를 저버리고 싶지 않았다. 여기에 응원해주시는 성도님들의 눈물 어린 기도와 어쩌면 나보다 더 불안하고 고통스러웠을 가족들의 아낌없는 배려와 헌신은 고통의 순간마다 무너져 내리려는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그렇게 1년 2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이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로 건강을 회복하여 복귀를 고대하고 있다. 할렐루야!

개도 한 번 두들겨 맞은 구멍에는 다시 안 들어간다. 다시 이런 고통과 아픔을 겪지 않으리라. “사람이 만일 온 천하를 얻고도 제 목숨을 잃으면 무엇이 유익하리요 사람이 무엇을 주고 제 목숨을 바꾸겠느냐”(마16:26)는 주님의 음성이 귓가에 선명하다.

건강이 있어야 무엇이든 할 수 있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은 것이다. 내가 불이 붙어야 남도 불붙일 수 있는 것 아닌가. 일상을 빼앗긴 자의 괴로움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느 순간 흐트러지려는 마음의 허리띠를 다시 졸라맨다.

신현명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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