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1960년대, 어머니는 가난한 3대 독자 아버지와 혼례를 올리셨다. 그 후 많은 토지를 사들이자 할아버지는 며느리가 잘 들어와 복을 받았다고 종종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이 어머니에게는 좋은 일만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드넓은 산지와 겨울엔 김 양식까지 사계절 쉬는 날이 거의 없으셨다.
어머니는 작은 섬마을에서 유일하게 자식을 두 명이나 대학에 보낸 훌륭한 분이시며, 정이 많고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이셨다. 어머니가 읍내 오일장을 다녀오시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이 우리 집 마당으로 모여들었고, 그때마다 사탕과 엿 등을 꺼내 나눠주시곤 하셨다.
문맹이신 어머니는 내가 고등학교 다니던 시절 예수님을 영접하셨다. 구역예배도 자주 드렸고, 당시 거금을 구역예배 헌금으로 내시는 모습도 보았다. 십 수 년이 지난 후 뇌병변으로 걷지 못하는 어머니를 모시게 되었다. 휠체어에 의지해 교회 다니시는 게 유일한 외출이셨는데, 치매가 급격히 어머니를 덮쳐 점차 예수님도 잊어갔다. 그리고 모신지 5년 만에 소천하셨다.
당시 사경을 헤맬 때 손으로 허공을 내저으며 눈을 부릅뜨고 누군가를 쫓는 듯하셨다. 초신자로 성령 충만했던 나는 저승사자가 데리러 온 거라 직감하고는 목사님 찬양을 크게 틀어놓고 방언기도를 하며 귀신을 쫓았다. 이윽고 어머니 심장은 멈췄고, 육신은 차갑게 굳어갔다. 그러나 나는 멎어버린 어머니 심장에 심폐소생술을 계속 실시했다. 다행히 병원에 도착한 후 맥박은 돌아왔지만 동생과 내가 지켜보는 가운데 눈가에 굵은 눈물을 귓전까지 주르륵 흘리시고는 소천하셨다. ‘회개하시고 천국 가셨다.’ 치매로 인해 예수를 잊은 어머니 때문에 간절히 기도하던 나에게 어머니가 천국 가셨다는 확신이 들며 평안이 몰려왔다.
어린 시절, 동생은 어머니 오른팔, 나는 왼팔을 베개 삼고 누워서 서로 나만 쳐다보라며 사랑을 독차지하려던 나에게 인자하신 미소로 바라보시던 그 눈빛과 채취가 오늘은 더욱 그립다.
추성숙 집사
서두르는 나, 기다리라는 하나님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것이 인생이어서 많은 이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타이밍’이다. 그렇다 보니 우스갯소리로 ‘인생은 타이밍이지!’ 혹은 ‘한방이지!’라는 말을 많이 한다. 이는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는 인생에서 다양한 일을 겪고 여러 순간과 마주하게 될 때마다 좋은 기회를 얻기 위해 계획하고 실천한다. ‘내가 이렇게 하면 사업이 잘 될 거야, 대기업에 취업할 거야, 내 자식을 이렇게 키우면 될 거야’ 등등.
필자는 늦게 공부를 시작했기에 석ᆞ박사과정에 대한 기한을 정해놓고 디테일한 계획 속에 기도하며 하나씩 실천해나갔다. 하나님께서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모든 과정을 서둘러 마칠 수 있게 하셨고, 박사학위를 받은 후에도 주변 이들을 통해 취업의 길을 열어주시는 것 같아 감사했다.
하지만 채용직의 내정자로 확답을 받고 지원했던 대학의 교수직도, 발표 전날 최종합격 소식을 먼저 전해 들었지만, 발표 당일 불합격 소식을 접하게 된 광역단위 산하 정책연구기관의 선임연구원직도 앞뒤가 맞지 않는 결과를 받아보니 합리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나님 계획 하에 ‘내 인생 잘 돌아간다’ 생각했는데 아닌 것 같아 혼란스럽기까지 했다. 모든 상황이 ‘나의 때’라고 생각했는데 말이다.
그런데 참 아이러니하게도 생각지도 못했던 경기도 한 지자체 연구원의 전문연구위원으로 하나님은 입사하게 하셨다. 2년 후엔 그 누구의 도움도 없이 2년 전 내정자로 확답 받았지만 불합격했던 그 대학에 오롯이 하나님의 방법으로 합격했고, 지금은 최소 5년 이상은 되어야 맡을 수 있는 중책인 산학협단처/단 부단장을 임용 1년 만에 맡아 수행하고 있다. 이 직책은 외부기관으로부터 사업비를 지원받기 위해 제안서를 쓰고, 지원받은 사업비로 학생들을 위한 사업추진과 평가가 주된 업무이다 보니 2년간의 연구원 경력이 크게 평가받은 것이다.
올 초, 창세기 1장을 시작으로 성경을 읽어가다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40년을 보낸 내용에서 한참을 멈춰 생각에 잠긴 적이 있다. ‘이스라엘 백성이 출애굽해서 홍해를 건넜던 것은 광야의 40년이 아니라 가나안 땅이었을 텐데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그들에게 40년이라는 광야의 시간을 보내게 하셨을까?’ 그러다 눈에 들어온 성경구절이 신명기 8장 2~6절이다. 그리곤 알았다. 우리는 ‘굿 타이밍’을 명명할 때 우리가 계획하고 생각한 시점에 이루어지기를 바라기 때문에 내 앞에 펼쳐진 사건에 초점을 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하나님의 뜻은 다르다. 우리를 태어나게 한 목적이 있고, 그 목적과 소명을 위해 우리를 필요한 모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초점을 둔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모든 그리스도인이 궁금해 하는 ‘내 삶에 역사하시는 하나님의 타이밍(때)’은 언제일까?
하나님의 타이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관점으로 ‘내 삶을 이끄시는 주님은 무엇을 원하시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그리고 하나님과의 친밀함이다. 이 세상의 그 무엇도 하나님과의 관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내 자아, 내 고집, 내 생각을 내어놓고 전적으로 하나님을 신뢰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 바탕 아래 하나님의 눈으로 나를, 환경을, 사람을 보면서 묵묵히 나의 몫을 감당하며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살아내는 것이다. 결코 서두를 필요가 없다. 갈렙처럼 꿈을 위해, 목표를 위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 마음속의 벽을 뛰어 넘는 것만이 ‘하나님의 때’를 앞당길 수 있는 빠른 지름길이다.
“My time is not yet here; for you any time will do.”(내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그러나 너희 때는 항상 준비되어 있다.)
Dr. 권정미
jmgood77@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