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의식과 사명의식
충청도 두메산골에서 근무하던 경찰 초임 시절, 당시에는 경부선 기차에서 창문을 열고 뛰어내려 자살하는 사건들이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역 역무원으로부터 달리는 기차에서 사람이 떨어졌다는 연락을 받고 현장으로 달려가 변사자 신원을 파악하기 위하여 지문을 채취했다. 그것을 지서(파출소) 책상 위에 놓았는데 그만 청소하던 사환이 모르고 지문 채취한 용지를 불태워버렸다.
그날은 비가 억수 같이 내리던 밤이었는데, 한밤중에 경찰서장으로부터 변사자 신원파악 여부의 전화가 왔기에 즉시 사체 인계받은 **면사무소 소사(사환)의 잠을 깨워 택시를 타고 첩첩산중에 있는 공동묘지에 갔다. 변사자 지문을 다시 찍어 신원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면사무소 소사는 ‘성명불상자의 묘’라고 나무판의 글씨를 보고 ‘이곳에 변사자를 묻었다’고 했다. 그래서 짐승소리가 으르렁거리는 공동묘지에서 삽으로 묘를 파는데 뒤에서 부스럭 소리만 나도 금방 귀신이 나올 것 같이 두려웠다. 어떻게 팠는지 모르게 묘를 파헤치자 양손이 흙에 덮여 있어 살며시 싸늘한 시체 손을 잡고 한참 동안 만지작만지작 주물렀다. 핏기가 없어 뻣뻣한 손이 하나하나 펴져 우산에서 내려오는 빗물로 흙에 덮인 손가락을 씻어내고 하나하나 지문을 찍고 얼른 삽으로 흙을 떠서 묻고는 ‘귀신 나온다~’ 하며 정신없이 산을 내려왔다.
한밤중, 그것도 비가 억수처럼 쏟아지는 인적 없는 첩첩산골 공동묘지에서 변사체를 파헤친 일을 뒤돌아보니 그 담력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니 직업의식 이상의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총회장 목사님은 사명의식에 대해 자주 말씀하신다. 직업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지만, 사명은 목숨을 걸고 행해야 할 임무라며 사명에 부도내지 말라고 하신다. 그때의 그 심정으로 지금 나에게 맡겨진 사명, 장애인 선교를 위해 일하려고 한다. 그 심정이라면 무엇을 못하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