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자존심은 예수님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와서 외자(外資)계 회사에 다니며 신뢰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믿음도, 세상에서도 참 여러모로 우수한 딸을 가진 엄마는 딸이 마냥 자랑스러웠고, 마침내 자신의 자존심이 되어있었다.
그러던 중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쇼크로 딸이 다니던 회사는 미국으로 철수했고, 딸은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되었다. 여기저기 이력서를 냈지만 높은 커리어가 방해를 했는지 회사들은 부담이 된다며 딴 곳을 알아보라는 식이었다. 천천히 직장을 찾아봤지만 결국 마음에 드는 직장을 찾지 못한 채 2년이 지나자 딸은 우울증에 걸렸다. 방안에 틀어박혀서 밖에 나오지를 않았다. 엄마는 겨우 달래서 함께 쇼핑을 하는 등, 이전의 딸로 되돌려보려고 안간힘을 쓰며 주의 종과 함께 기도했고, 교회 생활도 참 열심히 했다. 살기 위해, 딸을 위해서 일도 열심히 해서 딸이 원하는 것은 뭐든지 다 들어주고 사주었다. 그러나 딸은 더욱 악화되었고 심지어는 자살소동도 벌이게 되었다. 방에서 나오지 않고 움직이지를 않으니 예쁘던 옛 모습은 사라지고 살만 둥실둥실 찌자 그런 자신의 모습에 병세는 더욱 악화되어갔다.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 전에는 굉장한 커리어 우먼이었다고 여전히 딸 자랑을 하며 자신의 위로로 삼는듯했지만, 딸의 병수발과 자신의 무너진 자존심이 스트레스가 되었는지 그렇게 건강하고 밝았던 엄마가 차츰 어두워져갔고, 어느덧 주일도 빠지게 되었다.
어느 날 오랜만에 교회에 나왔는데, 예배 후 배가 자꾸만 불러오고 소화가 안 된다며 기도를 해달라고 하는데, 주의 종의 눈에는 복수가 찬 것처럼 보여서 기도를 해주고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아보라고 권했다. 다음날 병원까지 데려다주었고, 일주일 후에 검사결과는 암 3기 말이었다.
수술을 하고 항암치료를 하면서도 엄마는 기도에 매달리지 않았다. 얼마 후에 다른 부위에서 또 암이 발견되었다. 이미 퍼졌는지 수술은 어렵다고 항암치료만 하면서 입원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생각과는 달리 우울증이 심했던 딸은 우울증이 간곳없어지고 멀쩡해졌다. 그러나 딸과는 반대로 엄마는 호흡이 곤란해졌고, 주일예배 후 종이 병원으로 찾아가는 도중에 엄마와 여동생, 딸과 아들이 다 모여 있을 때 눈을 감았다.
장례식에 가기 전, 집사님들을 기다리면서 주의 종은 장례식과 딸 위해 힘쓰고 애쓰다 간 엄마를 생각하며 기도하는데, 갑자기 감고 있는 눈 위로 머리 위가 환하게 밝아지고 교회 단상 쪽에 소천한 그 엄마가 천사들과 함께 활짝 웃는 모습의 환상이 보였다. 마치 “목사님, 마지막에는 주일도 못 지키고 교회도 똑바로 못 갔는데도 이렇게 도와줘서 고마워요.”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웃는 얼굴은 세상근심이 다 사라진 평화로운 얼굴이었다.
주님의 은혜로 우울증인 딸도 안정된 상태였고, 믿음 안에서 살기를 약속했다. 그 후 딸은 할머니가 계신 곳으로 이사를 갔고, 그곳에서 교회에 나가고 있다고 한다.
우리의 자존심이 될 만한 자랑거리는 예수님밖에 더 무엇이 있겠는가. 또 있어서 되는지 생각하게 했다. 그렇게 세상의 것들을 자랑하고 걱정했지만 떠날 때는 결국 혼자이고 다 놓고 가야 하는 것이다. 그것을 우리는 늘 인식하고 살아가야 할 것이다. “지혜로운 자는 그의 지혜를 자랑하지 말라 용사는 그의 용맹을 자랑하지 말라 부자는 그의 부함을 자랑하지 말라 자랑하는 자는 이것으로 자랑할지니 곧 명철하여 나를 아는 것과 나 여호와는 사랑과 정의와 공의를 땅에 행하는 자인 줄 깨닫는 것이라 나는 이 일을 기뻐하노라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9:2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