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변화는 공항에서부터 감지되었다. 쓸데없이 복잡하고 경직된 입국절차로 여행객들을 짜증나게
했던 기억은 이제 찾아볼 수 없었다. 출입국 관리들의 얼굴에서도 한껏 풀어진 미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한결 간소해진 입국절차를 마치고 입국장을 들어서는 순간 우리 일행은 환한 미소로 반겨주는
얼굴들을 발견하였다.
바로 드네프로 예수중심교회 슬라바 목사와 교인들이었다. 그 중에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세르게이
목사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가장 반가운 얼굴은 수도 키예프에서 달려온 소피아 목사의 기품 있는
미소였다. 그녀가 반가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이곳에 오기 전에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지난 여름의 영성훈련에 한국을 방문했던 썬데이 목사가 키예프 집회를 준비하던 중, 목사님에 대한
한국인 목사들의 비방과 모함에 흔들리다가 그만 집회를 연기해버린 것이다.
그는 이메일을 통해 ‘목사님께 실망했으며 집회를 할 수 없노라’고 밝혔다. 사실 이러한 일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었기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었지만, 워낙 한국에서의 그의 행동이 은혜와 감동으로
충만했고 돌아가서도 서신을 통해 한국에서 받은 감명을 거듭 밝혔기에 설마 그렇게 쉽게 흔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었다.
목사님은 답장을 통해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고 악한 마귀의 궤계에 속지 말 것을 권면했다. 그런 일도
있고 해서 공항에 썬데이 목사의 부목으로 일하는 소피아 목사가 영접하러 오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그런데 만면에 함박 웃음을 지으며 두 팔을 벌리는 그녀가 반가울 수밖에. 첫날 점심 만찬에 나온
소피아 목사는 저간의 사정을 밝히며 ‘썬데이 목사도 지금은 자신이 속아넘어갔던 일을 부끄러워하고
있으며 이번에 성가대원 25명을 데리고 왔노라’고 말했다.
목사님은 지난 여름에 했던 약속을 잊지 않고 지킨 소피아 목사에게 감사를 표시하고 썬데이 목사가
안 한다면 소피아 목사가 키예프 집회를 준비하라고 독려했다. 소피아 목사는 결연한 표정으로 아멘,
아멘을 연발하며 자신이 키예프에 복음의 문을 여는 역할을 감당하겠노라고 약속했다. 자신은 목사님을
정말 사랑하며 지난 여름 직접 눈으로 본 바를 어찌 잊을 수 있겠냐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가 전해준 말에 따르면 집회를 준비하던 어느 날, 교회로 일단의 한국인 목사들이 찾아왔었다고
한다. 그들은 들어오자마자 ‘이초석 목사’에 대해 비방하기 시작했는데 아무 사정도 모르던 소피아
목사는 ‘이초석 목사’라는 말에 버선발로 뛰어나가 ‘나는 이초석 목사를 사랑한다, 얼마나 그 분을
존경하는지 모른다, 지금 그 분과의 집회를 준비중이다’라고 상대가 어찌할 겨를도 없이 말했단다.
그러자 그들은 뭔가 말을 하려다 하지 못하고 쭈뼛거리더니 돌아갔단다. 그 말을 듣는데 얼마나 시원하던지,
목사님은 더욱 고무된 표정으로 ‘기도한 것이 억울해서도 반드시 키예프 집회를 하고야 말겠다’고 말했다.
하나님의 천국 잔치가 악한 것들의 방해로 문을 닫는다면 말이 되는가! 갈 때는 좀 무거운 마음으로
들어간 우크라이나였지만, 오히려 러시아 각 도시에서 집회를 해달라고 목사들이 찾아와 계획을 세워달라고
아우성이었다.
하나님은 결코 손해보지 않으신다. 소피아 목사는 예의 그 기품 있는 얼굴에서 나오는 해맑은 미소를
보내며 한국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고 키예프로 떠났다. 그리고 얼마 후 그녀에게서 연락이 왔다.
썬데이 목사가 흔들렸던 것이 부끄러웠다며 내년에는 집회를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했단다. 포기하지 않는
자에게는 반드시 모든 것이 협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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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6월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