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라, 결과는 하나님께 맡기고...

“오, 목사님 늦어서 정말 죄송합니다.” 저만치에서 마리아 선교사가 뛰어온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애써 몸을 곧추세워 보지만, 장장 50여 시간이 소요된 여정에 몸은 곳곳에서 적신호를 보내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집회에 대한 기대감은 곧 온 몸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의 손을 마주잡았다. 바로 파라과이 아순시온(Asuncion) 공항에서의 일이다.

지난 파라과이 집회는 그야말로 역경의 연속이었다. 뉴욕을 거쳐 중간 기착지인 브라질의 수도 상파울로로 들어설 때에는 극심한 안개 때문에 옆 도시인 리오데자네이로 공항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했고, 세 시간이 지난 끝에 겨우 상파울로 공항에 도착했을 때에는 하루에 한 번 운항한다는 파라과이 행 연결편이 이미 떠나버려 무작정 공항에서 마련해 준다는 임시 비행기편을 기다려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여덟 시간을 기다린 끝에 비행기에 올랐지만 그러나 이것으로 고된 여정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막상 아순시온 공항에 도착해 보니 마중 나온 이가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닌가! 집회 도시인 엔까르나시온(Encarnacion)까지 가려면 적어도 차로 또 다섯 시간 이상은 달려야 하는데 말이다. 알고 보니 계속해서 비행기가 지체되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영접팀 일행도 지쳐버려 모두 자리를 떠나버린 것이었다. 결국 또 다시 기나긴 기다림의 시간이 시작되었고, 세 시간이 흐른 끝에 이렇게 어쩔 줄 몰라하는 영접팀을 만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비자(VISA)가 발급되지 않아 자칫 집회 자체가 무산될 뻔한 사건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것이다. 아무런 하자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번이나 반려된 비자가 출국 전날까지도 발급되지 않은 때문이었다. ‘내가 포기하면 하나님도 포기하시지.’ 이 집회를 통해 오로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 나의 목적이었기에 하나님께서 더 좋은 길로 인도하실 것을 나는 추호도 의심하지 않았다.

새벽에 일어나 기도를 마친 나는 여덟시 반에 공항으로 향했다. 비행기가 11시에 떠나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바라던 비자가 아직 나오지도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태 전도사와 여행사 직원을 파라과이 대사관으로 보내면서 말했다. “아침에 대사관 문을 열면 비자를 내줄 것이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 아닌가! 믿음은 이론과 논리로 설명되는 것이 아니다. 믿음은 믿고 현장으로 나가는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에 의지하여 기도했다. 그리고 행동으로 그 믿음을 보였다. 그때, 하나님은 나의 중심을 보셨다. 그리고 그 믿음의 기도에 응답하셨다. 그렇게 애태우고 기다리던 비자가 발급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했다. 비자가 대사관에서 공항까지 이르기엔 시간이 너무나 촉박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찾는 자에게 길이 열린다’고 하지 않았던가! 마침 태 전도사가 기지를 발휘했다.

과거 내가 부흥회를 인도하러 길을 나섰을 때, 도로가 정체되어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 가자 오토바이를 타고 공항에 도착했던 이야기를 떠올린 것이다. 그래서 그도 대사관 앞에 퀵 서비스의 오토바이를 대기시켜 놓고는 비자가 나오기를 기다려 득달 같이 공항까지 내 달렸다. 출근 시간, 도로 곳곳이 정체 현상을 빚고 있었지만 조금도 문제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10시 20분, 우리 손에 비자가 건네어지자 선교팀 일행 모두가 할렐루야, 얼마나 감사 기도를 드렸는지 모른다. 그야말로 숨가쁘게 진행된 작전, 그 자체였다.

그러나 이러한 역경들 앞에서도 우리는 조금도 뒤로 물러남이 없이 문제와 맞서 싸웠다. 그 결과 온 몸에 철골 보조기를 두른 소녀가 예수 이름으로 그 보조기를 모두 떼어내고 걸으며, 소경이 눈을 뜨고 귀머거리가 뚫리고 귀신이 떠나가며 각색 병을 고치는 등, 놀라운 성령의 역사가 파라과이와 우루과이를 휩쓸게 된 것이다.

그렇다. 믿음은 결단과 행동의 결정체이다. 하나님은 홍해 가운데, 요단 강 가운데서 우릴 기다리고 계신다. 문제 앞에 낙담하는 자는 결코 하나님의 영광을 볼 수 없다. 내 목회 18년 세월 동안 거저 된 것은 결코 단 하나도 없다. 고난을 통과해야 하나님께 인정받는다. 성도들이여 행동하는 믿음을 소유하자.

이초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