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從)은 종(從)일 수밖에 없다

그 누가 말했던가! 혁명을 하려면 입에 칼을 물고 하라고! ‘이 땅에 예수의 바람을 일으키리라! 그래서 잠자던 교회, 잠자던 영혼들을 일깨우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며 뛰어온 지난 세월들, 그러나 그것은 끊임없이 펼쳐진 형극(荊棘)의 길이요, 나 자신과의 숱한 전투와 전투의 연속이었다. 나를 이 사회에서 매장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이단이다, 사이비다, 사기꾼이다, 살인자다’ 목소리를 높여대는 언론과 교권주의자들의 온갖 모함소리와 핍박 소리로 인해 내 이름은 여지없이 만물의 찌꺼기와 같이 되어버렸다.

나중엔 숫제 길거리에서 사람들의 발길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구는 찌그러진 깡통처럼 모욕적이고 또 부당한 대우로 나에게 수치와 부끄러움을 안겨 주기도 했다. 그 소리들은 모두 고스란히 내 가슴에 비수가 되어 꽂혔다. 수도 없이 난도질당한 내 마음은 그 상처가 채 아물기도 전에 매번 또 다시 피를 흘려야 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얼마나 남모를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서 뒤로 물러나 침륜에 빠질 수는 없었다. 성도들과 나 자신에게 의기 소침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었다. 원망이나 불평하는 마음은 더더욱 없었다. 사실 그렇게 모욕을 주고 부당한 대우를 할 때마다 나 자신을 변호하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나를 흔들어대고 나에 대해서 걸고넘어지는 것이 결국은 모두 예루살렘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뼈를 깎고 살을 발라내는 심정으로 영혼들을 세우면 어김없이 ‘이단이다 사이비다’ 하는 소리로 성도들을 넘어뜨리기 일쑤니 어찌 가슴이 답답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찌나 ‘이단, 삼단’ 하면서 곤혹스럽게 하던지 그 문제로 한참이나 고심하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번쩍 뇌리에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차라리 나도 신문사나 하나 차려 같이 쏘아붙일까?’ 생각할수록 참으로 그럴듯한 생각이었다. ‘우리도 거세게 나가면 저들도 감히 더 이상 어찌하지 못하리라’ 나는 이 문제에 대해 곰곰이 생각하며 일을 추진하기에 앞서 깊이 기도하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다. “그 돈 있으면 차라리 복음을 전해라!” 난데없이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일순, 불 같이 달아오르던 마음이 급격히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렇게 차분해진 마음으로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부끄러웠다. ‘그래,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일을 해야지. 내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한 거지?’ 후로 나는 ‘복음을 전하라’는 말씀을 듣고 돌이켜, ‘92년 6월 7일, 잠실벌에서 연 인원 10만 명의 군중들에게 복음을 증거한 대망의 메인스타디움 집회를 갖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후로는 ‘변명하거나 해명하지 아니하리라’ 작정하고 오직 나에게 주어진 길을 묵묵히 걸어갔다.

가야할 목표가 분명하기에 나는 도전을 멈출 수 없었다. 오로지 귀는 막고 눈만 뜨고 달려가 내가 가야할 길에서 비켜나지 않았다. 마지막 때 주님의 뜻을 이루어 그 분을 기쁘시게 하는 일 외엔 바랄 게 아무것도 없는 내가 아닌가! 그래서일까? 그 후로 언제부터인가 내 입가에 맴도는 말이 있다. ‘종은 종일 수밖에 없다’ 온갖 부당한 대우와 모진 핍박의 바람을 안으면서도 이처럼 예루살렘 교단을 튼실히 이끌고 나아갈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그렇다. 성경은 말세에 하나님의 사람들이 세상 사람들의 구경거리가 된다고 했다(고전 4:9). 마지막 때는 우리만 일하는 게 아니라 원수 마귀도 일한다. 우리 모두 늘 깨어 있어 맡기신 사명에 충성된 일꾼이 된다면, 그 날에 주께서 우리 머리에 영광의 면류관을 씌워주시지 않겠는가! 이초석 목사

이초석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