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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2호 목차 › 선교지에서 보낸 편지

불행이 훈장이 되다

962호 · 2018-08-05

스무 살에 사고로 앞을 보지 못하게 되자 사랑하던 사람은 떠나고 얼마 안 되어서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여인은 안마를 하면서 아이를 낳아 키우기로 작정을 했다. 하나님이 주신 아이라 믿고 낳았지만 자신은 키울 수가 없어서 친척에게 매달 돈을 주며 열여덟 살까지 양육을 부탁했다.

아이는 건강하게 잘 자랐지만 크면서 소경인 엄마가 안마로 번 돈으로 자신이 살고 학교에 다닌다는 사실을 창피해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여자는 딸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되니까 함께 살기위해 집을 얻었다.

그러나 딸은 “내 엄마는 소경이라 나는 불행해! 나는 왜 소경의 딸로 태어났어? 왜 엄마 때문에 내가 불행해야해? 왜 나를 낳았어? 차라리 고아원에라도 보내지 그랬어.” 하면서 늘 엄마와 부딪치며 괴로워했고, 고통을 잊으려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나쁜 친구들과 어울렸다. 돈을 훔쳐가도 못 보니까 안심하고 엄마 지갑에서 돈을 빼가서는 그 돈으로 친구들과 어울려서 술을 마시고 담배를 피우며 방탕했다. 그리고 밤늦도록 안마를 하고 더듬으면서 돌아오는 엄마가 보기 싫어서 견딜 수 없었는데, 거기에 주변의 친척들이 엄마가 어떻게 해서 번 돈인데 그렇게 행동을 하느냐고 야단을 치자 아이는 정말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때 대학에서 일 년간의 해외봉사활동 모집이 있었는데, 교회에 다니는 친구가 간다는 소리에 엄마도 안보고 주위 사람 소리도 안 듣게 해외라도 다녀오면 낫겠다고 생각하고 아프리카 탄자니아로 갔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 딸은 남을 배려하거나 양보하며 산 적이 없고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은 대로 하며 살아왔기에 다른 아이들과 부딪히기 시작했다. 자꾸 다른 학생들과 부딪치기 시작하자 ‘아, 역시 나는 안 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려고 가방을 챙기고 있었는데, 담당 선교사의 사모님이 걱정이 되어 오셔서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하고 물었다. 소경 엄마가 없는 탄자니아에 오면 뭔가 달라질 줄 알았는데, 뭔가 삶이 좋아질 줄 알았는데 만나는 사람들 모두와 부딪치니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거칠어진 딸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난 돌아갈 거니까 신경 끄세요.”라고 소리쳤다. “우리가 도와주고 싶은데요?”, “도와준다고요? 정말 도울 수 있나요? 나 지금 죽고 싶은데 죽여줄 수 있나요? 우리 엄마는 소경이고 난 소경의 딸이에요.”라고 큰소리로 울었다. 그런데 정말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도 하나둘 “사실은 나도 엄마 아빠가 이혼을 해서 힘들어.”, “사실은 나도”, “나도….” 하고 같이 울었다. 다들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아이는 처음 알았다.

한참을 울고 난 후에 “네가 엄마에게 화를 내고 안 좋은 나쁜 말을 할 때 엄마 마음이 어땠을까 생각한 적이 있니?” 하고 사모님이 묻자 이 딸은 깜짝 놀랐다. ‘내가 괴로운 건 엄마 때문이야.’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쪽으로는 생각해보지 않았기에 이 사모님의 이야기는 충격이었고, 생전 처음으로 엄마를 생각했다. 자신의 불행은 소경엄마 때문이라고 생각한 아이에게 이 사모님은 자신만이 힘든 것이 아니라는 사실과 우리를 위하신 예수님의 사랑과 희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는데, 그것은 지금까지의 삶과 전혀 다른 세계의 이야기였다. 딸은 엄마의 사랑과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깨닫고 먼 이국땅 탄자니아에서 눈물로 회개하고 주님을 영접했다.

‘스무 살 내 나이 때에 사고로 눈이 안 보이면서도 나를 낳고 엄마는 얼마나 괴로웠을까?’ 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있던 딸의 마음을 안 선교사님이 얼마 후 딸의 생일날 낳아주신 어머니께 감사를 해야 한다며 휴대폰을 내밀었고, 아이는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전화를 받자마자 “딸, 잘 있어? 밥은 잘 먹고 있어?” 하며 걱정하는 엄마에게 딸은 울면서 “엄마, 나를 낳아줘서 고마워.”라고 생전처음으로 엄마에게 감사를 전했다. 엄마도 그 말을 듣고 같이 울었다.

일 년을 마치고 학생들의 귀국발표회 때에는 엄마와 딸이 나란히 참석했고, 그 귀국발표회는 춤과 노래대신에 이 여학생 스토리를 연극으로 만들어 공연했는데 그곳에 모인 그 많은 사람이 다 울었다고 한다. 힘들고 고통스럽던 지난날이 훈장처럼 빛나는 날로 변한 것이다.

고통의 상황을 털어놓을 수 있는 용기도 때론 필요하다. 그걸 평생 안고 살아갈 것인지, 내어놓을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이고, 그 선택에 따라서 괴로웠던 날은 훈장이 되어 빛날 수도, 고통의 연속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서동경예수중심교회 김경숙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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