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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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전팔기(七顚八起)

900호 · 2017-05-27

지난해, A학회에 논문을 투고했었다. 하지만 심사 결과 ‘수정 후 재투고’가 나와서 논문을 싣지 못했다. 그 논문을 수정해서 올해 초 B학술지에 다시 투고했다.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결과가 나왔는데, 또

‘게재 불가’로 떨어졌다. 참 많은 생각을 했다. 동기들 중에서 비교적 논문을 많이 낸 편이고, 낼 때마다 결과가 좋았었다. 그런데 연달아 결과가 좋지 않으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솔직히 좀 위축되기도 했었고, 이제 곧 박사학위논문을 준비하려고 했는데 몸이 굳어버리는 것 같았다. 순간적으로 공부가 내 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착각도 일었다.

때마침 학위논문 심사기간이었다. 같은 지도 모임에서 세 학생이 심사를 받기로 했는데 당연히 될 줄 알았던 친구도 떨어지고, 떨어질 줄 알았던 친구도 떨어졌다. 그간 소리 없이 열람실 구석에서 공부하던 친구만이 합격했다. 그들의 합격 여부를 들으면서도 많은 생각이 들었다. 열심히 하면서 스스로 자신만만했던 친구의 불합격 소식과 요란한 빈 수레 같은 선배의 불합격 소식이 최근 투고한 논문이 떨어진 내 모습과 겹치면서 나는 그만 나만의 동굴로 들어가 버렸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지난 시간 내 행동과 생각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짚어 보았다.

내가 받은 결과에 속도 상하고, 남이 받은 결과를 보니 더 막막하고 자신감은 깊이를 모르는 바닥까지 계속 떨어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하나님의 사람이다. 한참을 헤매다 문득 나의 인생 모델들을 떠올려 보았다. 언제나 그렇듯이 내 인생의 모델은 세상 어딘가가 아닌 성경 속에 있다. 장자의 축복을 대신 받아 쫓겨난 야곱은 고난의 시간을 보내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포기를 몰랐던 야곱의 생애 그 자체가 내 삶의 본보기이다. 형들에게 버림받은 요셉은 그 이후로 13년의 힘든 시간을 보내고 애굽의 총리가 되었다. 시험에 빠진 욥도 지독한 고통 속에서 괴로워했지만 끝내 하나님을 저버리지 않고 다시 축복 속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아합과 이세벨을 피해 두려움에 떨며 동굴로 숨었던 엘리야도 하나님의 도움으로 큰 역사를 일으킬 수 있었다. 그리고 사울에게 쫓겨 다녔던 다윗도 결국에는 주님에게 기쁨으로 영광 돌리는 자리에 설 수 있었다.

그냥 성경 속 인물 하나하나를 떠올려보면, 넘어지고 일어서는 것이 인생임을 말하고 있었다. 가슴 속에 쌓였던 답답함은 하나님의 사랑에 놀라 먹먹함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곧 다시 결심하였다. 다시 할 것! 될 때까지 다시 할 것!! 절대로 자만하지 말 것!!!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 결과에 좌절하기보다 다시 뛸 마음에 신발 끈을 조이는 것처럼 심장이 쫀쫀해졌다. 나는 다시 뛸 준비가 되었다. 그리고 내 곁에는 주님이 계심을 믿어 의심치 않겠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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