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북이 인생
내 직업은 대학원 학생이면서 학원 선생님이다. 보통, 석사일 때는 공부만 하는 친구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과정도 짧고, 부모님들이 여러모로 지원을 많이 해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사 과정이 되면, 부모님의 지원이 끊어지거나 본인 스스로 부모님의 지원을 중단하게 된다. 그래서 석사 때 날고 기던 친구들도 박사 과정에 와서는 학업과 생업을 병행하느라 모두 허덕거린다.
나 같은 경우는, 박사도 석사도 아닌 대학교 1학년 때부터 학원 강사를 시작했었다. 학원에 있는 크고 작은 잡무를 처리하면서 시작했던 일이 벌써 15년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경제적으로 아주 풍요로운 삶을 살면서 내 또래가 즐기지 못한 여유를 누리며 살았다. 하지만 나는 정신적으로, 또 학업에 대해서는 항상 결핍을 느끼며 지냈다. 공부 시간이 부족하고, 논문 쓸 시간이 부족하고, 내 지식이 부족해서 항상 괴롭기만 했다. 쓸데없는 자괴감은 나를 방황하게 하였고, 석사 과정을 마치는 데에만 3년을 더 쓰기도 하였다. 나는 주위 친구, 동료들보다 아는 것도 없고, 모르는 것도 많고, 할 줄 아는 것도 없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료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에 그동안 내가 얼마나 부지런하게 살았는지를 깨달았다. 졸업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 외국어 시험, 제2외국어 시험을 모두 패스하고, 까다롭기로 소문난 전공 시험도 패스하였다. 그리고 졸업을 위한 소논문 3편 자격도 충족한 상태였다. 사실 나는 소논문이 4편이고, 그 중에 한편은 국제 논문이며, 앞으로 1~2편이 더 나올 예정이다. 동료들은 시험도 다 패스하지 못했고, 무엇보다 소논문을 발표하지 못해 모두 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넌 언제 그걸 다했냐? 진짜 부럽다.”, “부지런하네. 공부 열심히 했나봐.” 등등의 말을 들으며 난 무척 당황했었다.
나는 늘 부족하고 모자란 사람인 줄 알았다. 늘 뒤에서 허덕거리며 그들을 따라가고 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내가 토끼를 앞지른 거북이가 되어 있었다. 매일 밤, 소논문과 학회 발표를 준비하면서 몸부림치고 괴로워했었다. 압박감을 못 이기고 가족들에게 온갖 짜증과 화를 내기도 했고, 하다하다 지칠 때는 주님께 기도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시간도 체력도 실력도 모두 주님께 맡겼다. 그러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먼저 된 자가 나중 되고 나중 된 자가 먼저 된다”(마19:30)는 하나님의 말씀이 이루어져 있었다. 모든 것이 다 주님의 섭리였고, 하나님의 축복이었다. 매일 제자리걸음으로 괴로워했는데, 주님은 내 발길을 인도해주시고 계셨다. 하나님의 크고 놀라운 사랑에 그저 가슴이 먹먹해진다.
여전히 부족한 것투성이지만, 지금의 나는 토끼를 앞지른 거북이가 되어 또 다른 국제 학술대회에 참석하러 교토로 간다. 진심으로 주님께 영광 돌리며, 내 발 길을 인도해주시는 주님께 감사드린다.
전훈지
ppjee@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