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건 사진뿐이잖아요!
지난 주, ‘경기남노회’가 열렸다. 노회의 올해 활동을 결산하고 특별히 미자립 지교회를 선정하여 지원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의미 있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째 되던 날, 모여든 목회자들은 함께 통일전망대에 올랐다. 어수선한 시국 속에서 국가의 안녕을 기원하기 위해서였다. 가파른 계단을 한참 오르다보니 곧바로 높다란 철책이 시야 한가득 들어온다. 이로써 분단의 현실, 전쟁은 아직 끝난 것(終戰)이 아니라 잠시 멈추어(休戰) 있음을 되새기게 해주었다.
착잡한 마음으로 북녘 저 너머를 바라보고 있을 때, 여기저기서 ‘찰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관람객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기념사진을 찍거나 셀카 촬영에 여념이 없었다. 그 때 익숙한 목소리가 목회자들을 불러 모았다.
“자, 여기로 모여주세요. 남는 건 사진뿐이잖아요!”
‘남는 건 사진뿐’이라는 그 말이 이토록 묘한 울림을 준 적이 있었을까?
‘그래, 남는 건 사진뿐이지….’
우리는 곧잘 잊어버리곤 한다. 즐거웠던 시간, 행복했던 시절, 안타깝고 가슴 아팠던 순간들을…. 하지만 그날을 기록한 사진과 동영상으로 인해 우리는 다시금 지난 소중한 시간들을 추억할 수 있게 된다.
돌아와 지난 사진첩들을 들춰보았다. 어찌나 우스운지, 또 어찌나 촌스럽고 어색한지. 정말 한참이나 배꼽을 잡았다. 그러다 문득 하나님의 사진첩에 과연 나는 어떤 모습으로 찍혀있을지 궁금해졌다.
‘충성되어 보일까, 진정 헌신하는 모습일까, 부끄럽지 않고 당당한 모습일까?’
성경엔 유독 여러 명단들이 등장한다. 가인의 후예와 셋의 후예, 출애굽한 각 지파와 그 자손들, 포로로 잡혀갔다가 귀환한 사람들, 성전을 지은 사람들, 성벽 공사에 참여한 사람들, 다윗을 도운 용사들, 바울을 도운 사역자들 등등…. 이것들이 오늘을 사는 우리에겐 별 의미 없어 보이지만 사실 이 명단들이 전해주는 메시지는 결코 가볍지 않다. 그것은 우리 하나님이 ‘기억하시는 하나님’이라는 사실이다. 지극히 작은 희생과 헌신 하나까지도 낱낱이 다 헤아리고 계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진첩에는 우리가 이 땅에서 이룬 업적 모두를 남기지 않는다. 나를 위해 수고하고 애쓴 것들은 자동 삭제될 뿐이고, 오직 하나님과 주의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실들만 기록할 것이다. 얼마나 자신을 쳐 복종시켰는지, 얼마나 주의 말씀을 따르려 노력했는지, 얼마나 복음의 열매를 맺었는지….
아쉬움 속에 2016년의 해가 저물어 가고 있다. 2017년엔 오롯이 더욱 충성된 모습이, 더욱 깊어지고 단단해진 모습이 하나님의 사진첩에 채워질 수 있기를 소망한다. “그런즉 우리는 거하든지 떠나든지 주를 기쁘시게 하는 자가 되기를 힘쓰노라”
(고후5:9)던 바울의 고백이 우리 모두의 고백이 되어지기를 바란다.
신현명 목사
yeddo1@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