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이삿날
지난 7월의 어느 날, 수도권에 호우주의보가 내렸고, 하늘은 구멍이라도 난 듯이 폭포처럼 비가 쏟아졌다. 그 날 우리 딸은 결혼 6개월 만에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마련해서 이사를 했다.
결혼할 무렵 시댁의 도움으로 전셋집을 마련했지만, 2년 후 전세가 만기 되는 시점에 딸 내외는 바쁜 일정이 계획되어 있었다. 아이들은 전세자금 준비나 이사문제로 평생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 있는 집을 마련하기로 작정하고 수개월을 기도했다. 어느 주말 오후, 기도와 고민 끝에 딸아이는 졸업 논문과 전세 만기가 겹칠 것을 염려하며 이왕에 가는 것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로 이사 갔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였다. 딸의 말을 듣고 평소 가까이 지내던 부동산 사장님께 지금의 전세금으로 한강이 보이는 아파트를 찾을 수 있냐고 연락을 드렸더니, 지나는 길에 들러보라고 하셨다. 혹시나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그동안의 기도가 주님께 열납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부동산을 찾았다.
사장님은 한강 조망이 좋은 곳을 소개해주시면서 급매물로 나온 곳이라 시세보다 훨씬 싼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다는 정보를 주셨다. 그러나 딸아이 내외는 아직 계약금도 준비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머뭇거렸다. 그러자 사장님께서 계약금은 자신의 돈으로 대신 지불할 테니 좋은 기회를 놓치지 말라고 하셨다.
평소 딸아이가 오가는 길에 항상 밝은 얼굴로 살갑게 인사를 하는 모습을 예사롭지 않게 보셨고 자신의 딸처럼 어여삐 여기셨다고. ‘내 딸’ 집 사주는 마음으로 계약금 수천만 원을 미리 선뜻 내주시겠다고 하신 것이다. 그리고는 결혼식 날도 직접 오셔서 축하까지 해주셨으면서 급매물로 나온 집을 천만 원을 더 깎아 주셨다. 그렇게 주님께서는 딸아이의 기도를 들어주셨고 딸아이는 눈으로 보지도, 귀로 듣지도 못했던 곳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이다.
거기에 사랑의 주님께서는 이삿날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악천후까지 선물로 주셨다. 호우경보와 홍수경보가 울리는 악천후에도 불평 한마디 없이 생글거리며 인부들을 걱정하고 그분들을 챙기는 딸아이의 모습을 보면서 축복을 받는 비결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앞으로 인생을 살다보면 이삿날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혹독한 시련의 순간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혹시 그런 날이 오더라도 잠깐의 고통 뒤에 올 아름다운 축복의 공간 – 천국 같은 그들의 처소가 예비 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하다. 축복의 이삿날, 딸 내외는 항상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하여 주실 주님을 만나는 축복의 경험을 했다고 믿는다.
이번 딸아이의 이사를 통하여 누가 보든지 아니 보든지 다가오는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미소는 천만금보다 더 값어치가 있음을 다시 한 번 알게 되었다. 부지중에 천사를 대접한다고 했듯이 오늘도 나의 곁을 스치는 수많은 사람들을 향해 미소를 잊지 말아야겠다.
오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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