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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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례한 남자와 까칠한 여자

851호 · 2016-06-17
청춘, 그 아름다운 이름

“오늘도 내 인사를 씹다니.”

회사에 저보다 나이도 연차도 십여 년 높은 남자분이 있었는데, 제가 인사할 때마다 눈도 안 마주치고 그냥 휙 지나가버리는 겁니다. 사람 민망하고 불쾌하게. 서로 다른 부서라서 같이 일을 해본 적도,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었는데 말이지요. 한두 번은 나를 못 봤겠거니 했는데 그게 1년 동안 반복되자 판단이 섰습니다. 저 사람은 굉장히 무례하고 권위적인 사람이구나. 다신 저 사람에게 인사하지 않으리, 결심까지 했더랍니다.

두 달 전, 광고 촬영으로 제주도 출장을 갔는데 그분도 함께 가게 되었습니다. 촬영 중간에 둘만 있게 된 상황이 왔는데 어찌나 불편하고 싫은지 핸드폰만 보고 있었지요. 그런데 갑자기 그분이 먼저 말을 걸어오는 겁니다. 인사 한번 안 받던 그 사람이 말이지요.

고등학생 딸이 하나 있는데 글 쓰는 걸 좋아한다면서 카피라이터가 되려면 무얼 하는 게 좋겠느냐고 물어왔고 그 이야기를 시작으로 자연스럽게 각자 살아온 이야기, 직장생활, 신앙심까지 별의별 얘기를 다 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된 건 그분이 재미있고 따뜻한 분이라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물어볼까 말까 하다가 물어보았지요. 그거 아시냐고, 지난 1년 간 제 인사를 무시해 오셨던 것. 그래서 속으로 굉장히 권위적이고 못된 분인 줄 알았노라고. 아까도 불편하고 어색해서 핸드폰만 보고 있었던 거라고요. 그랬더니 정말 많이 놀라시더군요.

본인이 인사를 안 받는 줄 오늘에서야 알았다고 합니다. 늘 머릿속에 일 생각으로 가득 차서 사람들이 자신에게 인사를 하는지 안 하는지도 못 보았다고요. 반대로 그분은 제가 굉장히 까칠한 사람인 줄 알았답니다. 보통 크리에이터라고 하는 카피라이터나 아트디렉터들은 좋은 말로 하면 자기 개성이 뚜렷하고 나쁜 말로 하면 자기중심적인 부류가 많아서 저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라고 생각했답니다. 자기가 옆에 앉아 있는데 자꾸 핸드폰만 보고 있길래 말 걸지 말라는 걸로 느껴졌대요. 그래서 말을 걸까 말까 하다가 그냥 걸어봤다고요.

이 일은 저와 그분에게 꽤 큰 의미로 다가오게 되었습니다. 말해보지도 않고 서로가 서로를 오해하고 지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또한 작은 말 하나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오해가 얼마나 많은지 말입니다. 우리에겐 서로의 마음을 간파하는 텔레파시 같은 능력은 없지만 대화라는 능력은 있지요. 생각해보면 지금껏 얘기하거나 물어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나랑은 안 맞는 사람, 이상한 사람이라고 판단해버린 적이 꽤 있었습니다. 어쩌면 그 사람을 오해하고 있었던 걸 수도 있었는데 말이죠.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용서하라던 예수님의 말씀처럼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도 이해하려는 마음을 훈련해야겠습니다. 의외로 많은 오해들이 쉽게 풀릴지 몰라요.

신은혜

dopal020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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