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진드기의 오해와 진실
얼마 전 보령시를 방문했다가 읍내에서 ‘살인진드기에 물리지 않게 예방합시다!’라고 커다랗게 쓰여 있는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살인진드기의 정체는 작은소참진드기라는 것으로 집에 서식하는 집먼지진드기와는 아주 다른 종류이며, 야생으로 주로 전국의 들판이나 산의 풀숲 등에 서식한다고 합니다. 드물게 도시지역 수풀이나 시가지 주변 풀숲에도 존재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분포하고 있어 특정지역에 국한되지 않으며, 5~8월에 활동이 가장 왕성하다고 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살인자는 진드기 자체가 아니라 진드기 혈액 속에 든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을 유발하는 바이러스입니다. 이 바이러스는 숙주동물인 사람이나 가축, 야생동물의 혈액 속에 있다가 진드기를 통해 옮겨오는 것입니다.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은 주로 고열, 구토, 설사, 혈소판 감소, 다발성 장기부전 등의 증상을 보이는 질환입니다. 현재로서는 이 질병이 의심되는 환자가 병원에 와도 마땅한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합니다.
일단 야외활동을 한 후 6~14일의 잠복기 이내에 38~40도에 이르는 고열이나 구토, 설사 등의 증상이 있으면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예방하는 유일한 방법은 진드기에 물리지 않는 것입니다. 먼저 야외활동을 하기 전에는 노출을 최소화해야 하고 긴 소매 옷이나 긴 바지를 입고 발을 완전히 덮는 신발을 신는 것이 좋습니다.
풀밭에 갔다가 집에 돌아온 후에는 옷을 세탁하고 몸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풀밭 위에 옷을 벗어놓고 눕거나 잠을 자지 않아야 하며 풀밭 위에서는 돗자리를 펴서 앉고 사용한 돗자리는 씻어서 햇볕에 말립니다. 등산, 트래킹 등 야외활동을 할 때는 진드기 기피제를 준비해서 뿌리거나 논밭에서 작업할 때는 기피제를 뿌린 작업복과 토시를 착용합니다.
현재 국내에 서식하는 작은소참진드기의 100마리 중 1마리 이하에서만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바이러스가 발견되므로 질병에 걸릴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야생진드기에게 물린다고 해도 당시 바이러스의 양, 개개인의 면역력에 따라 감염확률은 더 낮아집니다.
그러므로 흔히 불리는 살인 진드기의 ‘살인’은 너무 과장된 표현입니다. 모기에 물려 일본뇌염이나 말라리아에 걸려서 사망하는 사람이 훨씬 많은데 여기에는 ‘살인 모기’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지나친 공포심으로 여행이나 야외활동을 제한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Dr.조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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