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도, 염세주의도 전염된다
모스크바(Moscow)도, 드네프로(Dne-propetrovsk)도 가을의 초입(初入)인 탓인지 쌀쌀한 기운이 감돌았다.
오후 2시 반, 인천공항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모스크바행 비행기는 계속 지연되다가 1시간 후에 출발하였다. 모스크바 공항에서 4시간 정도 환승을 기다리다 우크라이나(Ukraine) 드네프로 공항에 도착하니 늦은 밤이었다. 따져보니 집을 나선지 꼭 하루가 지난 시간이었다.
깊고 쌀쌀한 밤인데도 많은 성도들이 나와 목사님을 영접해주었다. 변함없이 갓 구운 빵을 들고 나온 그들이 얼마나 정겨운지, 또 그 빵 맛은 어찌 그리 고소한지, 비록 추석명절에 고향을 뒤로 하고 온 셈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 더욱 훈훈한 마음이 가슴으로 전해져오는 느낌이었다.
슬라바 목사가 인도한 숙소는 처음 가보는 곳이었다. 숙소 바로 옆에 아이스링크가 새로이 건축 중이라고 설명해주었다. 그런데 이튿날 아침에 만난 목사님은 몹시 흥분된 표정이셨다.
“야, 슬라바! 여기 네 교회가 세워지고 있구나.”
눈이 휘둥그레진 슬라바 목사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우리도 마찬가지였다. 목사님은 숙소 옆에 한창 건축 중인 아이스링크를 가리키시며 입에 거품을 무셨다.
“저것 봐라. 이보다 더 멋진 교회가 어디 있겠니? 한국에서부터 드네프로 교회를 두고 계속 기도해왔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준비하고 계실 줄이야.”
아이스링크를 건축 중인 사람들이 이 이야기를 들으면 기가 찰 노릇이겠지만, 꿈을 갖고 기도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남에게 피해주는 것도 아닌 바에야 무슨 상관이랴. 가나안 땅 앞에서 ‘내 밥’이라고 외친 여호수아와 갈렙에게도 가나안 족속은 기가 막혔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메뚜기만도 못한 것들이 와서 ‘너희는 내 밥’이라는데 곧이곧대로 들을 사람이 있을까? 그러나 그들이 뭐라 든 여호수아와 갈렙의 믿음대로 가나안은 이스라엘 민족의 밥이 되고 말았다.
목사님은 차를 타고 숙소에서 좀 멀리 나와 그 아이스링크가 잘 보이는 곳에 서서 이렇게 선포하셨다.
“분명 저 건물은 드네프로 예수중심교회가 될 것이다. 드네프로 시내의 많은 건물들이 매물로 나온 것처럼, 저곳도 그렇게 될 것이다.”
아직 다 짓지도 않은 마당에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하나님이 하신다면 사람이 어쩌겠는가? 그리곤 슬라바 목사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간절히 기도해주셨다.
그런데 슬라바 목사는 생각이 다른데 있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아이스링크의 규모가 워낙 큰데다가 목사님의 허무맹랑해 보이는 믿음을 헤아릴 수도 없었을 테니 그의 반응은 충분히 이해가 갔다. 슬라바 목사는 시내에 매물로 나온 장소들을 이야기하며 목사님께 설명하려했다. 그러나 아이스링크에 생각의 씨를 심은 목사님 귀에 그 말이 들어갈 턱이 없다. 목사님은 더욱 강력히 말씀하셨다.
“슬라바야, 믿음을 가져야 한다. 나를 닮으란 말이다. 네가 저 숙소로 우리를 인도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우리가 드네프로 교회를 두고 애통하니 이렇게 보여주시는 것 아니겠니? 난 지금 너무 흥분된다. 열정도 전염되지만, 염세주의도 전염된단다. 내 목회는 열정의 산물이야. 난 이런 일이 있으면 잠이 안 온다. 나와 함께 있으면 나의 열정이 전염될 것이다.”
점심식사에 우리를 초대한 블라디미르(Vladimir) 목사에게도 목사님은 동일한 말씀을 하셨다. 그는 한국의 영성세미나에 와서 목사님께 결혼반지를 선물했던 인물이다.
하나님께서 하고자 하시는 자를 긍휼히 여기시고
하고자 하시는 자를 완악하게 하시느니라 (롬9:18)
그는 목사님을 보자 눈이 초롱초롱해지는 것이 얼굴에 기쁨이 충만했다. 목사님을 대접하기 위해 성도들에게 얘기했더니 모든 성도들이 돈을 모아주었단다. 깊은 사의를 표하자 블라디미르 목사는 한국의 경험을 이야기해주었다.
“한국에 갔을 때 저는 왕처럼 대접 받았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시간에 선물까지 안겨주는 순간에는 정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대접 받으려면 먼저 대접하라’(눅6:31)는 예수님의 말씀이 어찌 그리 정확한지. 우리가 그들을 예수님을 영접하는 마음으로 왕처럼 대접했더니 그들도 우리를 최고의 정성으로 대접하려 애쓰는 모습을 본다.
세미나 얘기가 나오니 자연스레 다음 세미나는 언제 할 것인지 질문이 이어졌다. 목사님은 지난 베네수엘라(Ve-nezuela) 목회자 세미나를 예로 드시며 이제는 그 많은 목회자들을 한국에서 다 수용할 수 없으니 현지에서 할 생각이라고 말씀하셨다. 그러자 블라디미르 목사도 무릎을 치며 동의했다.
“저도 그런 생각을 가졌습니다. 한국까지 가려면 비행기 삯 때문에 많은 목회자들이 가고 싶어도 못갑니다. 그러나 목사님 한 분이 이리 오시면 그 문제는 간단히 해결될 거 아닌가 하고 말이죠. 그리고 목회자뿐만 아니라 교회에 헌신적인 평신도들도 이 교육에 참가시켰으면 좋겠습니다.”
목사님도 적극 동의하셨다.
“열정이 우리를 성장시킨다. 예수님은 열정적인 사람을 쓰셨다. 당신을 보니 나처럼 열정이 보인다. 한국에 많은 목회자들이 다녀갔지만, 하나님은 당신을 변화시키신 것 같다. 목회자 세미나는 나라를 살리는 일이다. 한 사람만 변화되어도 도시와 국가가 변한다. 한 번 해보자. 돈 걱정은 하지 말아야 한다. 하나님이 준비하신다.”
그리고는 그 자리에 함께 있던 이라(Ira) 집사에게 질문하셨다. 이라 집사는 인쇄 출판업에 종사하며 아직 독신이란다. 그녀는 목사님과 우리 일행이 공항수속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VIP 신청을 위해 300달러를 제공하였다고 한다.
“우리가 드네프로에서 우크라이나의 모든 목회자들을 모아 세미나를 열려고 하는데 당신은 얼마를 내겠소?”
아주 단도직입적인 말씀인지라 우리는 내심 걱정되기도 하였다. 그런데 이라 집사는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5천 달러를 내겠다고 선뜻 대답하는 것이었다. 바로 그 순간, 그녀의 말이 불쏘시개가 되었음이 분명하였다. 슬라바 목사의 동생은 만 달러를 내겠다고 나섰다. 블라디미르 목사는 자가용을 팔겠다고 했고, 슬라바 목사는 아파트를 내놓겠다고 했다.
또 그 자리에 동석했던 은퇴한 조종사도 아내와 상의하여 내겠다고 약속했다. 순식간에 비용 문제가 해결되었다. 하나님이 함께 하시는 일임을 이보다 더 확신할 수 있는 정황이 어디 있겠는가? 목사님은 매우 기뻐하셨다. 특히 이라 집사가 믿음의 불을 댕겼다고 거듭 칭찬하셨다.
“이라 집사가 우크라이나 목회자 세미나의 성냥불이 된 것이다!”
이라 집사는 바로 우크라이나 목회자 세미나를 위해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인 것이다. 하나님의 일을 할 때 가장 먼저 앞장서는 사람이 중요한 것은 바로 그를 통하여 일의 강력한 추진력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목사님의 거듭된 칭찬에 수줍은 미소를 띠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이라 집사가 잠깐 간증을 하였다. 자기 집 앞 쓰레기통에서 계속 고양이 우는 소리가 나기에 열어보았더니 갓 나은듯한 고양이 새끼가 울고 있었다. 그녀는 그 고양이를 꺼내 집으로 데리고 간 후, 수의사를 불러 돌보게 하였다.
그 의사 말하기를 나은지 이틀 된 새끼인데 누가 낳자마자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 사건을 두고 이라 집사는 생각이 깊었단다. 저 미물만도 못한 고양이 새끼도 살려고 이틀간이나 쓰레기통 속에서 울어대니 그 소리를 듣고 살려주는데, 왜 사람들은 어려움 중에도 하나님께 애통하며 기도하지 않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목사님은 그녀의 간증을 듣고 탄복을 금치 못하셨다.
“정말 소름끼치는 얘기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으니 내 영혼이 춤추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 가서 꼭 우리 성도들에게 설교해야겠습니다.”
우크라이나 도착 첫날부터 하나님의 역사가 뜨겁게 시작되고 있었다. 목사님의 뜨거운 열정에 블라디미르 목사와 이라 집사, 슬라바 목사 형제들의 뜨거운 동참이 더해져 정말 성령으로 충만한 자리였다. 목사님은 2010년 9월 16일, 우크라이나에 역사가 일어났다고 말씀하셨다. “오늘을 일기에 기록하자. 우크라이나에 새역사가 시작되었다!”
세 도시를 돌며 세미나와 집회를 하는 중에도 더러운 귀신이 소리를 지르며 떠나가고, 휠체어에서 일어나 걷는가 하면, 깁스를 한 여인이 올라와 방언으로 기도하며 깁스를 푸는 성령의 역사가 계속되었다.
이 모두가 우크라이나 집회와 목사님을 위해 모든 성도들이 합심으로 기도해준 결과라고 믿는다.
(다음 주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