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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4호 목차 › 선교기행

목사님의 은혜를 어찌 잊겠습니까?

504호 · 2009-10-23

“목사님은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세와 그런 마음으로 저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필리핀(Philippine) 마닐라(Manila)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치고 세부(Cebu)로 떠나기 전, 바탕가스(Batangas)의 곤잘레스(Gonzales) 목사가 찾아왔다. 그는 미국집회 일정을 마치고 돌아와 본 교회에서 주일예배를 인도한 후 바로 출발하여 3시간을 달려왔다고 했다.

그가 채 여독도 풀리지 않은 마당에 그 먼 거리를 달려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필리핀을 찾아주신 목사님께 식사를 대접하기 위함이었다. 그가 우리 숙소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5시, 그러나 목사님은 주일예배와 건물주와의 만남을 모두 마치고 기도하시며 휴식 중이셨다. 곤잘레스 목사는 목사님이 충분히 휴식하실 수 있도록 배려하는 마음에 시내 볼 일을 보고 7시까지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저녁 7시에 다시 숙소로 돌아온 그를 목사님은 반갑게 맞아주셨다. 그리고 그의 인도로 필리핀 전통음식점에 가서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사실 우리는 좀 낯선 음식들이라 꺼리고 있었는데, 목사님은 잘도 드셨다.

역시 목회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다. 전에 키르기스스탄에서 양 머리를 대접 받은 적이 있었지만, 그래도 그것은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그런데 여기 음식들은 좀 비위에 맞지 않았다. 목사님은 대접하는 사람을 생각해서 잘 먹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시며 잘도 드시건만, 우리는 배가 부르다며 사양을 거듭해야 했다.

식사를 마친 후, 곤잘레스 목사는 한국에 다녀갔던 기억을 상세히 이야기하며 거듭 사의를 표했다. 기도원과 인천교회를 방문하였을 때, 철야예배에 설교하기 위해 88체육관에 갔을 때 받았던 신선한 충격과 감동, 그리고 일생동안 받을 수 없는 융숭한 대접을 받았던 기억 등을 이야기하며 목사님과 한국의 성도들에게 감사와 사랑을 전했다.

그가 신년축복대성회 기간에 한국에 왔을 때, 목사님은 겨울옷을 준비해오지 않은 그가 추워하는 것을 보시고 선물로 들어온 최고급 양복 한 벌과 겨울 코트를 입혀주었다. 그가 그 코트를 입고 청계천을 거닐며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있다. 또한 교회 장로님들은 그를 일급 호텔 레스토랑으로 초대하여 최고급 요리로 대접한 적이 있었다.

신민호 목사에 따르면 그는 그 요리를 먹고는 화장실에 가기가 겁난다고 너스레를 떨더란다. 그만큼 우리는 그가 한국에 왔을 때 예수님을 영접하는 마음으로 대접했었다. 그가 3시간 거리를 마다않고 달려와 목사님을 대접하는 것은 어찌 보면 은혜를 아는 사람이라면 당연한 행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런 그를 보며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고 말씀하셨다.

“보통은 그 정도 거리에 있다면 전화나 한 통화하고 말 것이다. 3시간을 달려와식사만 대접하고 다시 3시간을 달려 돌아간다는 것이 말이 쉽지 결코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진정 은혜를 아는 사람이다.”

우리는 외국에서 우리 교회를 찾아오는 사람이면 누구나에게 이런 왕 같은 대접을 해주었다. 세계 목회자 영성세미나에 참석했던 모든 해외 목회자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이것이다.

“우리는 왕처럼 대접을 받았습니다.”

왜? 이는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나의 보낸 자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영접하는 것이요 나를 영접하는 자는 나를 보내신 이를 영접하는 것이니라”(요13:20)는 말씀을 이루기 위함이다. 바로 예수님을 영접하는 자세로, 그런 진실된 마음으로 대접하는 것이다. 또한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눅6:31)는 말씀을 준행하기 위함이다.

그런 곤잘레스 목사를 보며 목사님은 우크라이나(Ukraine) 니콜라예프(Niko-laev)의 니콜라이(Nikolai) 목사를 떠올리셨다. 그도 목사님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하실 때면 어김없이 찾아와 목사님을 대접해드리고 축복기도를 받고 가곤 했다. 보통 4, 5시간 걸리는 먼 거리에서도 그는 어김없이 찾아와 인사했다. 우리는 그를 볼 때마다 의리의 사나이라고 불러주곤 했었다.

은혜를 받았다고 모두가 그 은혜를 갚는 것은 아니다. 은혜를 은혜로 아는 자만이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를 갚기 위해 몸부림치는 것이다. 곤잘레스 목사나 니콜라이 목사를 떠올리며 스스로를 되돌아본다. 얼마나 많은 은혜 속에 살아가고 있는가 말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감사 외에는 할 말이 없는 인생 아닌가.

곤잘레스 목사는 식사를 마친 후 어두워진 거리에 나와 작별인사를 하려는 우리에게 숙소까지 데려다주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목사님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하셨다.

“가는 길이라면 모르지만, 우리를 데려다주고 다시 바탕가스까지 가려면 날도 어두운데 너무 힘들다. 우리는 여기서 돌아가면 된다. 정말 감사하고 어둔 길 조심해서 잘 가길 바란다.”

그는 목사님과 포옹을 나누며 작별을 아쉬워했다. 사랑과 배려를 나누는 두 분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비록 길도 좋지 않은 어둔 밤길을 3시간 넘게 달려가야겠지만, 주 안에서 나눈 사랑의 교제와 축복의 인사가 그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었으리라 믿는다. 부디 그의 가정과 목회에 하나님의 각별하신 관심과 사랑과 축복이 늘 함께 하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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