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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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6호 목차 › 붕우칼럼

공(公)과 사(私)

486호 · 2009-06-19

이번 말레이시아 집회 때의 일이다. 우리가 집회를 배설한 곳은 화교들이 집중된 곳이어서 나는 중국인 통역관 두 명을 대동하고 그 곳에 갔다. 주 통역자는 박 집사였는데, 그는 개인적인 사정 때문에 집회가 끝나자마자 귀국해버렸다.

남은 기간 동안 나와 우리 일행의 입과 귀가 되어 준 사람은 장천리 집사였다. 그런데 마침 싱가포르에서 비홍이 딸과 함께 그곳에 왔다. 비홍은 모처럼 말레이시아에 왔으니 그곳의 유명한 산을 꼭 가봐야겠다고 하며 장 집사에게 딸을 봐달라고 부탁했다.

장 집사는 당연히 내 통역을 해야 한다고 거절했지만, 비홍이 끈질기게 부탁하자 차마 더 이상 거절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그의 딸을 맡게 되었다. 새벽에 비홍은 이미 산을 향해 출발했고, 나는 아침 식사 시간이 되어서야 그동안의 정황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장 집사에게 호통 쳤다. “아니, 네가 여기 온 목적이 무엇이냐? 내 통역관으로 온 것 아니냐? 그런 자가 지금 애나 보고 있다면 말이 되느냐? 공적인 일이 앞서야지 사적인 일에 치우쳐 공적인 일을 그르치면 될 말인가? 전쟁에 나간 자가 애나 끼고 앉아 있으면 누가 총 들고 싸우겠는가?”

장 집사는 바로 깨달았다고 잘못을 시인했다. 물론 장 집사가 워낙 천성이 착해서 비홍의 부탁을 뿌리치지 못한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공과 사를 구별하지 못하고야 장차 큰일을 도모할 수 있겠는가 싶어 야속하리만큼 호통을 친 것이다.

공(公)과 사(私)는 분명히 구분되어야 한다. 그리고 공과 사가 부딪쳤을 때 공이 당연히 우선되어야 한다. 사적인 일이나 감정이 앞서 버리면 공적인 일은 공중분해 되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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