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착된 사고의 틀에서 빠져나와라
대대적인 환영이었다. 1년 만에 다시 찾은 멕시코 치아파스(Chiapas) 주 뚝슬라(Tuxtla) 공항에는 호수에(Josue) 목사를 필두로 많은 인디언 성도들이 원주민 복장을 하고 한국 및 멕시코 양국 국기를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장시간의 비행으로 심신이 지친 상태였지만, 그들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니 모든 피로가 사라져버린다.
공항 입국장으로부터 출구까지 길게 줄을 서서 깃발을 흔들어대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호수에 목사의 선창에 따라 ‘예수님 찬양(바모쌀라바르)’를 찬양하는데, 인디언 전통악기팀이 연주했고, 인디언말로도 찬양했다. 어느새 ‘예수님 찬양’이 인디언말로도 불리다니 감격스럽기 그지없었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산크리스토발(San Cristobal)까지는 아직 차로 더 가야한다. 해발 2,000미터가 넘는 산을 넘어야 한단다. 공항서 멀리 보이는 높은 산에는 구름이 걸려 있었다. 저 산을 넘는단다. 산 정상에 다다를수록 어둠이 짙게 깔려왔고 뼛속까지 냉기가 스며드는 느낌이었다. 산 정상까지는 한참을 달린 듯한데, 산을 내려오기 시작하자 바로 도시의 불빛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산크리스토발은 고산지대에 형성된 도시였던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도시는 해발 2,130m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산지대다 보니 일 년 내내 날씨가 태양을 받는 낮에는 따스하지만, 밤에는 산 정상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추위가 말도 못했다. 실상 기온은 영상 섭씨 2, 3도로 그리 낮은 것도 아닌데, 냉기가 이만저만 찬 게 아니다.
숙소에 도착하니 거기서도 수많은 성도들이 우리를 환영하기 위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목사님은 그들의 뜨거운 환영에 깊은 감사를 표하셨다.
“여러분을 보기 위해 저 멀리 꼬레아로부터 하루하고도 반나절을 날아왔습니다. 제 몸은 매우 지쳐있었는데 여러분의 이처럼 맑고도 순수한 모습을 대하니 모든 피곤이 사라지고 하나님이 주시는 사랑과 평강이 넘쳐납니다. 정말 때 묻지 않은 여러분의 모습이 너무도 아름답습니다. 진정한 아름다움이 바로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부디 주님 나라 가는 날까지 그 순수함을 절대로 잃지 말기 바랍니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천국에 가거들랑 꼭 우리 집에 놀러오세요. 제가 여러분들을 위해 그곳에서 대대적인 축하파티를 열겠습니다.”
그들은 목사님의 한마디, 한마디에 열화와 같은 박수를 보내며 아멘으로 화답하였다. 지구반대편의 인디언 촌에서 갓 빠져나온 듯한 이 영혼들이 저 멀리 꼬레아에서 온 동양인 목사에게 이처럼 열광한다는 것 자체가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목사님이 계속 이야기하시면 그들은 밤이 새도 물러가지 않을 태세였다.
내일 다시 만나자는 목사님의 마지막 인사에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하나 둘 자리를 뜨는 것이었다. 마치 밤새는 줄 모르고 즐거운 놀이에 빠져 있다가 집으로 돌아오라는 엄마의 외침에 마지못해 집으로 돌아가는 동네 꼬마들 같았다.
아침 일찍 우리는 준비를 서둘렀다. 오전 세미나에 앞서 산크리스토발 시청을 방문하여 시장을 만나야하는 스케줄이 있다는 것이다. 산크리스토발 시장이 목사님께 명예시민권을 수여한다고 한다. ‘멕시코와 결혼했다’는 목사님의 말씀 때문인지 가는 도시마다 목사님께 시민권을 준다고 난리다.
한 개인에게 명예시민권을 준다는 것은 시가 그를 위해 모든 편의를 제공해주겠다는 약속이다. 따라서 지방자치제 하에서는 시장 임의로 처결하는 문제가 아니라 시의회의 동의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 명예시민이 도시를 방문했을 때, 그를 위해 제공되는 모든 것들에 시의 예산이 들어가게 되기 때문이다.
그 이른 아침, 산크리스토발 시청에는 시장을 비롯한 모든 시의원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저 멀리 꼬레아에서 온 이초석 목사에게 명예시민권을 부여하는 건을 처리하기 위함이다. 시의회당에 목사님을 초치한 오초아(Ochoa) 시장은 상기안건(이초석 목사에 대한 명예시민권 부여)을 발의하고 시의원 출석여부를 확인한 후, 시의원 각각에게 상기안건에 대한 동의여부를 물었다.
대저 그 마음의 생각이 어떠하면 그 위인도 그러한즉(잠언23:7)
시의회의 만장일치로 안건이 통과되자 오초아 시장은 모든 시의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목사님께 산크리스토발 명예시민권을 전달했다. 그동안 멕시코의 30개 도시를 다녔지만, 이 도시처럼 모든 적법절차를 보여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만큼 이 도시가 전폭적으로 목사님을 환영하고 있다는 표시인 셈이다. 사실 이것은 형식뿐만이 아니었다. 오초아 시장은 시의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여 물심양면으로 목사님과 집회를 도왔다.
오초아 시장은 호텔비를 모두 제공해주었을 뿐 아니라 경찰서장까지 앞세워 경호 및 집회 안전을 책임져주었다. 집회장에는 꼭 앰뷸런스와 소방차가 대기하였는데, 경찰서장의 말에 따르면 명예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란다. 집회장 외곽 곳곳에 경찰력을 배치하는가 하면 목사님이 이동할 때마다 경찰차량이 앞뒤에서 호위할 뿐 아니라 경찰 사이드카들이 출동하여 길을 안내하곤 하였다.
호수에 목사를 비롯한 집회팀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시에서 이렇게까지 전폭적으로 지원해줄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목사님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호수에 목사를 위해 하나님께서 만물을 들어 돕는 것’이라고 설명해주셨다.
명예시민권을 수여받은 목사님은 수락연설을 통해 모든 시 공무원들과 시의원들이 한마음으로 시장을 도와 이 도시를 멕시코 제일의 도시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역설하셨다. 그리고 오초아 시장을 비롯한 시의원 모두에게 목사님의 저서, ‘의욕을 상실한 자에게서 지휘봉을 뺏어라’를 친필사인과 함께 전달했다. 한 시의원은 책의 제목이 너무도 감명 깊다며 사의를 표했다. 오초아 시장은 목사님을 환송하며 ‘이제 이 도시의 시민이 되셨으니 언제든지 편한 마음으로 방문하셔서 이 도시를 축복해달라’고 인사했다.
시청행사를 마치자마자 우리는 다시 목회자 세미나가 열리는 호텔회의실로 이동했다. 도착 이튿날 이른 아침부터 눈코 뜰 새 없는 일정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호수에 목사의 완벽한 준비가 느껴졌다. 사실 멕시코를 비롯한 남미 집회에 와서 세미나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도대체 약속시간을 준수하는 모습을 찾기 어렵다.
오전 10시에 시작한다고 하면 보통 11시는 되어야 시작이 가능하다. 그런데 오직 다른 모습을 우리는 지난 해 뚝슬라에서 보았고, 오늘 다시 산크리스토발에서 보게 된 것이다. 호수에 목사의 리더십과 철저한 준비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회의실은 이미 세미나 시작 전에 가득 차 있었다. 목사님은 목회자 세미나를 통하여 지식함양을 강조하셨다.
“아는 것이 없으면 할 일도 없습니다. 지도자는 지식함양에 힘써야 합니다. 직접 만날 수 없다면 책을 통해서라도 성공자들의 노하우를 배우는데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쉬운 예로 이곳에 살고 있는 인디언들이 스페인어를 모른다고 하는데 그래서는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진보된 문명과 지식을 받아들이지 않고서는 결코 후진성을 탈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디언들은 그들의 전통과 가치를 지키는데 더 힘쓰고 싶다며 반론을 제기했다. 목사님은 전통에 안주하려는 인디언들에게 고착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야 함을 다시 한 번 강조하셨다.
“전통을 무시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발전된 문명, 진보된 과학지식을 거부하고 과거에만 안주하다가는 미국의 인디언들처럼 구경거리나 되고 사회의 낙오자들로 남고 말 것입니다. 인디언의 전통과 가치는 존중하고 지켜가되 시대의 흐름을 읽고 지식과 정보를 취하여 인디언 사회의 발전과 행복을 추구해가야 합니다. 이것이 지도자들이 해야 할 일이고, 우리 하나님께서 바라고 원하시는 것입니다.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결코 미래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참석한 인디언 지도자들은 목사님의 강의에 크게 감동을 받고 이제 변화하고 발전 성장하는 인디언 사회를 만들어가겠다고 약속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