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자
여보게!
상당한 재력을 가진 지인이 있네. 언젠가 그가 “목사님, 이사하려고 합니다. 집이 크니까 청소만 힘들어요. 우리 내외 사는데 20평이면 족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 필요 없는 것들은 정리해야죠.”라고 했다네. 나는 잘했다고 말해줬지.
70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깨달은 것이 있네. 이제는 좀 내려놓아야 한다는 거지. 대체로 인생의 전반부에는 뭐든 잡으려고 하고, 뭐든 이뤄내려고 하는 집착 성향이 심하지. 그러나 인생 후반부의 지혜는 내려놓는 데서 온다네.
젊어서는 힘이 좋아서 짐이 어지간히 무거워도 견디지만, 나이가 들면 힘이 없어 옷마저도 가벼운 것이 좋지 않던가. 같은 이치라네. 나이가 들면 삶의 무게가 되는 것들은 내려놓는 것이 행복한 노후를 사는 방법이지.
여보게!
산행의 고수들은 하산할 때는 짐을 가볍게 하라고 하지. 산을 오를 때보다 내려올 때 더 조심해야 하는데, 오를 때는 혹 넘어지더라도 무릎을 깨는 정도지만, 내려올 때 넘어지면 굴러버려 대형 사고를 당할 수 있기 때문이라네. 그래서 내려올 때는 배낭을 거의 비워서 몸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고 하네.
인생은 산을 오르는 것과 같네. 오를 때는 배낭이 무거워도 괜찮네. 더 높이 오르기 위해 이것저것 모두 담아가며 땀을 흘리는 것이 좋지. 그러나 하산할 때는 작은 실수 하나가 큰 사고로 이어지고, 그것을 만회할 시간마저도 없기에 짐을 최대한 줄여야 하네.
하산할 때 꼭 필요한 것이 있는데, 그건 지팡이야. 모세의 지팡이를 알지? 모세에게 지팡이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표징이었네.
우리에게 지팡이는 무엇일까? 하나님의 말씀이요, 기도요, 예배라네. 덜 붙잡을수록 더 자유롭고, 덜 집착할수록 더 풍성하고, 덜 가지려 할수록 하나님만 붙들 수 있지.
자네도 인생의 후반부를 살고 있는가? 짐을 줄이고, 지팡이를 꽉 잡고 안전하게 하산하게.
“우리가 세상에 아무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으매 또한 아무것도 가지고 가지 못하리니”(딤전6: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