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통화 시대, 금의 역할은 끝났나?
최근 중국은 세계 최대의 실물 금 거래 시장인 Shanghai Gold Exchange(上海黄金交易所, 이하 SGE)를 설립하며 금 중심 통화 전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중국 인민은행(PBOC)은 2022년부터 2025년 8월까지 300톤 이상의 금을 매입하여 세계 최대 금 매수국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특히 PBOC는 실물 금을 직접 예수(豫受)하지 않더라도, SGE에서 인증한 특수보관창고(security warehouse)에 예치된 순금을 담보로 제공하면 지리적 제약 없이, 즉 위안화 대출을 제공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해외 주요 전문 매체들을 통해 보도되고 있습니다.
국제결제은행(BIS) 또한 금의 금융자산으로서의 위상을 높이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은행이 보유한 금의 장부상 인정가치를 시가 기준 50%까지만 허용해왔으나 2025년 7월부터는 이를 100%까지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승인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금괴는 예금이나 미국 국채와 동일한 최고 수준의 유동자산(high quality liquid asset)으로 공식 인정받게 됩니다.
다만 금의 역사적 변동성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국 시장에서 60년 이상 활동해온 일부 자산관리인들은 1971년 닉슨 대통령의 금태환 정지 선언 이후, 1970년대 말까지 금 가격이 급등하였으나 1980년대 들어 급격한 매도세로 대표적인 위험자산인 주식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사례를 드는데, 이는 금이 반드시 안전자산으로만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2024년 말 기준, 전 세계 중앙은행이 보유한 순금은 약 36,700톤이며, 민간이 소유한 금은 최소 173,300톤으로 추정됩니다. 또한 매년 약 3,000톤의 금이 새롭게 채굴되고 있어 공급 확산에 따른 희소성의 가치하락 위험이 잠재되어 있음을 반드시 인식해야만 합니다.
한편, 글로벌 결제 시스템은 수학적 알고리즘에 기반한 디지털 데이터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습니다. 이는 채굴이 아닌 코딩을 통해 생성되며, 신뢰에 기반한 자율적 교환이 아닌 기술적 규범에 따라 통제되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신뢰의 상징이었던 경화
(硬貨)의 효력은 점차 소멸되고, 이제 금 중심의 통화제도, 미국의 스테이블코인, 그리고 각국의 법정통화와 디지털 통화 사이의 가교역할을 수행하는 리플사의 XRP 시스템 등 다양한 코딩 기반 통화 시스템 간의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달러는 경화 기반 통화를 압도하는 위상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디지털 시대는 진화를 넘어 완성의 단계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이 이 흐름 속에서 선도적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준비뿐만 아니라 전략적 사고와 국제적 협력이 절실합니다. 미래를 향한 기도와 실천이 함께 할 때, 우리나라가 새로운 통화 질서의 중심에 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