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실 성도? 볼매 성도!
고향 목포엔 3대 별미(別味)가 유명하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유명한 민어가 있고, 한 마리만 먹이면 기력 잃은 황소도 일으켜 세운다는 낙지, 그리고 홍어가 그것이다. 걔 중에 삭힌 홍어는 독특한 비주얼과 큼큼한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기도 하다. 솔직히 필자 또한 어릴 적엔 청국장보다 더한 독한 냄새 때문에 먹기는커녕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잔칫날이 다가오면 아버님은 자전거에 홍어를 싣고 오셨다. 그리고 항아리에 짚을 깔고 홍어를 썰어 올리고, 또 짚을 깔고 홍어를 썰어 올려, 그렇게 홍어를 삭히기 시작하셨다. 10여 일쯤 지나 냄새가 온 집안을 진동할 즈음이면 담장 너머에선 동네 주당(酒黨)들의 웅성거림이 거세지기 시작한다.
“거, 신 선생, 아직 멀었는가?”
“아, 맛들라믄 쬐까 더 기다려야제!”
아버님이 수협에 다니셨던 관계로 흑산도 홍어를 잘 감별해내셨다. 때문에 집에서 홍어를 삭히면 주당들의 기대치도 한껏 올라갔다. 침을 삼키던 이웃들의 애간장이 말랑말랑해질 즈음, 항아리 뚜껑이 개봉되면 그야말로 숨넘어갈 것 같은 지독한 악취가 후각을 비롯한 모든 감각들을 마비시키는 것만 같았다. 이제나저제나 그때만 기다리던 사람들이 죄다 집안에 몰려들었는데…. 그렇게 어린 시절, 홍어는 왁자지껄한 소음과 더불어 동네를 흥겹게 해주던 흥미로웠던 추억이 되었다.
냄새와 생김새 때문에 그토록 멀리했던 홍어였는데 어느 날, 무슨 바람이 불었을까? 기도원 식당에서 묵은김치와 수육을 곁들여 한 입 베어 물었는데, 이 무슨 오묘한 맛이란 말인가! 더구나 장을 편하게 하고, 간을 해독시켜준다고 하니 내게 딱 맞는 음식이 아닐쏜가! 먹을수록, 씹을수록 기묘한 그 맛이여! 그날 이후로 홍어는 최애 음식 중 하나가 되었다.
사람도 홍어와 같은 이들이 있다. 처음 첫인상이 그닥 별로였다가도 시간이 지날수록,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그런 사람 말이다. 요샛말로 ‘볼매’라고 하던가? 반면에
‘볼실’도 있다. 볼수록 식상해지는, 볼수록 실망감을 안기는 그런 사람 말이다.
시인 나태주는 그의 시 ‘풀꽃’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저녁마다 노량진교육관에서 마주치는 우리 성도님들을 뵐 때, 매일 반복되는 만남이어도 무척이나 반갑기만 하다. ‘이것 주세요, 저것 주세요’ 하는 기도가 아닌, 성전 건축과 총회장님의 해외 집회를 위해 주의 나라와 의를 바라고 간구하는 모습들에서 진정 의에 주리고 목마른 천국 백성들의 모습을 확인하게 된다. 진실로 ‘볼실 성도’가 아닌, ‘볼매 성도’들이어서 더욱 그렇다!
지금 은혜를 사모하여 교회 신문을 탐독하시는 당신 또한 볼매 성도이리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