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있어야 할 자리
예배 실황을 방송으로 중계하는 일을 하다 보니 본의 아니게 카메라 모니터를 통해 성도들의 모습을 관찰하게 된다. 3대의 카메라가 잡아내는 장면 가운데 실제 영상으로 중계되는 모습은 그중에서 선별된 장면이다. 물론 생중계이다 보니 가끔 돌발 상황이 발생하긴 하지만 대부분은 아주 정돈된 장면을 골라 중계화면에 내보내게 된다. 각 카메라는 쉴 새 없이 돌아가며 성도들의 예배 장면을 탐색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화면 믹싱을 담당하는 조정실에서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성도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눈물로 기도하는 모습, 그리고 성령에 충만하여 기쁨으로 찬양하는 모습이다. 한때 카메라 화면에 천사를 잡아보겠다는 카메라맨도 있었지만, 나는 그들이 바로 천사라고 생각한다. 하나님에 대한 사랑으로 가득한 충만한 얼굴은 그야말로 해같이 빛난다. 또한 가슴으로 통회하며 눈물로 기도하는 얼굴은 함께 깊은 감동에 젖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감동인 것은 언제나 한결같이 자기 자리에서 맡겨진 일을 묵묵히 수행하는 봉사자들의 모습이요, 빠짐없이 예배의 자리를 지키는 성도들의 모습이다. 우리 마음도 이토록 움직이는데 어찌 하나님께서 기뻐하시지 않을까?
연약한 인간인지라 우리는 때로 흔들릴 수 있고, 때로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향한 사랑의 생명선을 놓치지 않으려고 예배의 자리에 나와 회복에 전심전력하고, 그 터널을 통과하여 기쁨으로 찬양하며 예배드리는 모습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 없이 아름다운 천사의 모습이다.
숱하게 화면에 잡히던 성도가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고, 새로운 얼굴로 대체되어 또 다른 은혜의 모습을 이어간다. 30여 년 넘게 이 일에 종사하다 보니 화면에 담겼다 사라지는 성도들도 많고, 한결같이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항구여일하게 하나님을 향한 아름다운 사랑을 보여주는 성도들도 많다.
세월은 거침없이 흐르고 어느새 30년이 훌쩍 넘어버렸다. 돌아보면 그 지난했던 한순간, 한순간이 그저 꿈같은 기분이 든다. 예전에 노인들이 ‘인생은 일장춘몽(一場春夢)’이라 했던 말이 실감이 된다. 하루하루 견디고 이겨내야 하는 시간들이 지난해 보이지만, 지나고 보면 어찌 그리 짧은 이야기처럼 생각되는지, 우리 삶도 그렇게 흘러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는 그 어느 날에 이르면 우리 인생도 일장춘몽처럼 느껴지리라. 그래서 사도 바울의 말처럼 세월을 아껴야 하고(엡5:16), 전도서 기자의 말처럼, 헛되고 헛된 인생에 가장 소중한 것이 하나님을 경외하고 그 명령을 지키는 것(전12:13)이라는 사실을 깊이 유념하여 내가 있어야 할 자리를 끝까지 지켜내기를 바라고 기도한다. 아멘 또 아멘.
